강화된 道 투기대책…제주 부동산 현장 가 보니
부동산 투기 천태만상…"법제도 대폭 강화해야"

"제주도에서 이 정도 돈으로 이 정도 땅도 못 산다고요?"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던 1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최근 해마다 제주를 찾고 있다던 A씨(65·서울)는 공인중개사를 만나 몇 마디 나눈 뒤 곧 한숨부터 내쉬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제주에서 펜션을 운영하며 노년을 보낼 생각이었지만 "말씀하신 5억원 갖고는 안 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또 펜션을 지으려면 3.3㎡(1평)당 평균 600만~700만원이 더 들 것이라는 얘기에 A씨는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A씨는 "보다 아담한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던가, 여의치 않으면 제주이주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넋두리만 하다 자리를 떴다.

상담을 마친 공인중개사는 "살 사람은 다 샀고, 팔 사람은 다 팔았다. 이제는 소위 안 좋은 땅만 남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수요가 있지만, 이미 땅값이 터무니 없이 오른 상태라 요즘엔 실제 거래가 안 이뤄진다. '거래절벽'이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 제주 부동산 투기 천태만상…이젠 거래도 '뚝'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지가변동률 현황을 보면 제주지역 땅값은 지난해 보다 27.77% 상승해 전국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서귀포시 성산읍이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로 발표된 것을 비롯해 제주 이주 열풍, 대규모 개발 영향으로 제주지역 전반에 투자수요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제주 부동산 시장에 몰려든 투기세력들이 이 같은 땅값 상승을 부채칠하고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종합해 본 투기 수법을 보면 기가 찬다.

1㎡당 1만~3만원 밖에 안 되는 맹지(진입로가 없는 땅)를 분할해 '개발호재' 운운하며 제주 물정을 모르는 육지부 매수자에게 1㎡당 50만원에 팔아치우는 기획부동산.

투기 목적이나 세금을 줄이기 위한 목적 등으로 농지를 구입한 후 실제 농사를 짓지 않고 버티거나, 분할해 단기간에 되파는 영농조합법인 등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땅을 헐값에 사들인 후 분할해 되팔아 1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은 기획부동산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제주 부동산이 단기간에 빠르게 거래되면서 매도인이 부른 '호가'가 곧 '시세'가 됐고, 이 영향으로 땅값은 갈 수록 올라만 갔다.

결국 최근엔 거래가 줄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제주지역 토지거래량은 2271만㎡·1752필지로, 지난 2분기(3010㎡·2090필지)와 비교해 면적은 25.7%, 필지 수는 1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 노형동의 A 공인중개사는 "현재 노형동 모 아파트 139㎡(42평)가 12억원, 투룸이 1000만원이다. 제주에선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며 "이제는 사는 사람, 파는 사람에게 모두 부담인 상황이라 요즘엔 매물도 없고, 거래도 뚝 끊겼다"고 설명했다.
 

◇ "道 투기대책 역부족…법제도 개선 대폭 강화해야"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부동산투기대책본부'를 설치한 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함께 농지기능관리 강화, 토지분할 억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발행위 허가기준, 도로·상하수도 허가기준 등에 대한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 조례·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투기세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제주시 노형동의 B 공인중개사는 "규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규제 하면 규제하는 대로 다 빠져나가는 구멍이 있을 것이다. 항상 보면 그렇다", 제주시 세화리의 C 공인중개사도 "(투기)할 사람들은 어떻게든 다 한다. 규제하면 선량한 사람들만 다치는 것 같다"고 말하는 등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와 관련 송종철 제주주거복지포럼 회장은 "지금 토지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숨고르기일 뿐"이라며 "아직 제주에 잠재적 투기요인이 많은 만큼 실제 가격상승을 이끄는 가수요를 억제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불법행위를 제도적으로 막지 않는다면 제주 부동산은 자본에 의한 돈놀이 수단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법제도적인 측면을 대폭 강화하고, 불법행위를 발본색원해 이를 제주도민사회에 환기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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