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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탐방예약제로 '관광제주 품격'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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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한라산 등반을 계획하는 사람은 사전 예약을 하고 적잖은 입장료를 내야 할 것 같다. 제주도는 자연가치 보전과 관광문화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관광객에 대해 탐방예약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연간 한라산에 125만명, 성산일출봉에 300만명이 올라가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관광객들은 불편하겠지만, 숱한 사람 발에 짓밟혀온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은 피로해소의 기회를 맞게 된다. 다행이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착륙하면 스튜어디스가 기내 방송을 통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안내한다. 제주도를 처음 찾는 관광객이라면 이 한마디만으로도 뭔가를 기대하게 된다. 유별나게 아름다운 자연에 제주도 주민들은 자부심을 느낄 것이며,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도 품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을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생물다양성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유네스코 지질공원의 인증도 받았다. 이른바 ‘유네스코 3관왕’이다. 유네스코로부터 3개의 타이틀을 받은 곳은 지구상에서 유일하다고 하니 제주도를 보물 같은 섬이라고 자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유네스코 자연유산 하면 우선 관광자원의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사실 유네스코 자연유산 등재는 좋기만 한 타이틀은 아니다. 관광자원 활용 이상으로 인류 공동의 유산을 미래 세대에게 잘 보전하여 넘겨주어야 할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라산보다 먼저 설악산이 유네스코 자연유산이 될 뻔했지만 개발에 제한을 받는다는 주민들의 반대로 등재에 실패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따라서 제주도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자연유산을 잘 보전하라는 의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제주도의 유네스코 자연유산은 3개 지역, 즉 한라산 정상 일대,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중 한라산 정상과 성상일출봉은 유네스코 자연유산 등재 이전부터 인기 관광지였다. 유네스코 등재 이후 올레길 걷기 열풍과 중국관광객 쇄도로 이 두 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나 도는 보전엔 최소한의 시늉만 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최대한 활용했다. 제주도 통계에 의하면 작년 한라산 등산객은 약 125만명이었고, 성산일출봉은 약 300만명이었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입장료가 없고, 성산일출봉은 어른 1인당 2000원이다. 특히 성산일출봉은 경치가 좋은데다 접근성이 좋아 중국인들이 한나절 관광코스로 선호한다. 관광객이 과도하게 많다보니 연약한 현무암 지반인 한라산정상이나 성산일출봉의 등산로와 정상부근 훼손이 심각해졌다.

유네스코 자연유산 등재 이후 환경단체나 일부 도의원을 비롯한 제주도내 일부 인사들은 자연보전을 위해 탐방제한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러나 과거 도정 담당자들은 제주도 관광지 중 가장 인기 있는 두 곳에 대한 탐방 제한을 부담스러워했다. 자연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탓이다.

이번에 원희룡 도지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원 지사는 “제주가 더 이상 싸구려 관광지가 아닌 진정으로 제주의 자연가치를 보전하고 관광문화의 품격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탐방예약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 지사의 생각이 미래지향적인 것은 분명하며 많은 도민들도 탐방예약제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이 밀려와 득 되는 게 없다는 도민들의 불만도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반면 탐방예약제를 실시하기에는 이미 현상유지를 원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생겼다. 이를테면 성산포 일대는 일출봉을 탐방하는 하루 약 8200명을 대상으로 음식점 선물가게 카페 등 큰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제주도에서 부동산가격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지역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곳 상인들과 지주들이 탐방예약제에 반대한다.

한라산 탐방예약제는 조금 다른 성격의 반발이 있을지 모른다. 국립공원은 어느 곳이나 입장료가 무료이고 시간제한만 할 뿐, 인원을 제한하지 않는다. 한라산만 입장객수를 제한하고 입장료를 받게 되면 국립공원의 설립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제주도 정책당국자는 물론 제주도 주민과 국민 모두 자연을 보전하고 관광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탐방예약제를 응원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 자연은 관광객 증가에 의해 과부하가 걸렸고, 제주도 이미지는 싸구려 관광의 진원지로 나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목요일 낮 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보잉747 점보기의 좌석이 승객들로 꽉 찼다. 모처럼 즐거운 제주도 여행이어서 그런지 이곳저곳서 떠들고 웃는 소리로 기내가 시장 같았다. 말소리로 추측건대 승객의 절반은 내국인이고 나머지 절반은 중국인이었다.

비행기가 제주 공항에 도착하고 승객들이 보딩브리지를 통해 터미널로 걸어 나가는데, 건장한 체격의 40~50대 중국인 남성 서너 명이 큰 소리로 떠들면서 앞서 걸어 나갔다. 곧 드넓은 탑승 대기실에 수백 명이 빽빽이 앉아 탑승 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앞서가던 중국인 남성들이 손을 앞으로 쫙 내밀며 대기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앉아 있던 사람들이 놀라 흠칫하면서도 아무 말 없이 이들을 보기만 했다. 탑승객 대기실도 그 많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도떼기시장이나 다름없었다.

공항뿐 아니다. 성산일출봉에서 한라산 꼭대기까지 제주도 어디를 가나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그중 약 20%는 중국인이다. 제주시 면세점은 온통 중국인이고 산이건 바다에서건 중국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용두암, 한라수목원, 어승생오름, 오설록 등 무료 관광지로 갈수록 중국인 밀도는 높아진다. 싸구려 관광을 주선하는 여행사들이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으로 중국인을 데려가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중국인 300만 명을 포함 연간 1300만 명이 몰려드는 ‘관광 체증 섬’이 되었다. 제주도보다 약 6배나 넓은 하와이는 8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진 곳인데도 연간 관광객이 1000만 명 이하다. 제주도에서 과거 신혼여행지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제주도는 이제 멀리 떨어진 조용한 섬이 아니다.

자연경관 파괴, 해안 및 중산간 난개발이 제주도의 미래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주택난이 심각해지고 있고 빈부격차가 벌어지며 생활경제에 주름살이 생겼다. 교통난, 쓰레기처리 문제, 범죄 등 사회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도둑이 없어 대문을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제주도는 평화로운 공동체 전통사회였다. 최근 중국인이 성당에 들어와 기도하는 여성을 살해한 사건은 제주도의 정체성에 충격적인 상처를 입혔다.

이대로 가면 제주도의 자연경관은 볼품없이 파괴되거나 쪼그라들고, 제주도는 야바위 장사꾼들이 판치는 품격 없는 싸구려 관광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제 관광객 숫자를 자랑하던 과거의 관광정책에서 탈피해야 할 때다. 양(量)보다 질(質)로 제주관광 정책, 아니 제주발전 정책을 바꿔야 한다. 제주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는 지금이 그와 같은 방향전환의 적기다.

탐방예약제를 기존의 정책방향을 대전환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 이미 내국인 제주관광객은 과거와 달리 개성을 갖고 다양한 관광수요를 창출하고 있어, 싸구려 관광으로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과는 차별화되고 있다. 유네스코 자연유산 탐방객에게 자연가치 보전 취지에 부합하는 입장료를 받고 이 재원을 잘 이용해서 탐방시설을 보충하고 훌륭한 해설사들을 양성해 질 높은 안내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제주도 관광의 품격은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제주도와 도민이 제주관광의 품격을 높이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중국 관광객도 변할 것이라고 본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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