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성공신화 우리가 열어요] 9. 한림공고 취업자 인터뷰

[편집자 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역 특유의 학력 선호로 빚어지는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중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지원 정책들을 펴고 있다.
뉴스1제주는 '고졸 성공신화 우리가 열어요'를 주제로 14회에 걸쳐 이 같은 제주도교육청의 특성화고 지원 정책과 특성화고별 운영 방향,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 성공 사례 등을 소개한다.

제주도 내 유일의 공업계열 특성화고등학교인 한림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은 “이 학교에서 와서 비로소 스스로 삶을 선택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전교생이 1인 1자격증 취득 목표를 이룬 한림공고는 무엇보다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 도일건설 합격자 박시용 “가슴 떨리는 일이 생겼다”
 

한림공고 3학년 박시용군(19)은 지난 8월 60여명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제주지역 도일건설㈜에 당당히 취직했다.

건축을 전공한 박군은 “중 3때는 일반고에 진학한 뒤 대학에 가서 남들처럼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어쩌다보니 성적이 좋지 않아 공고에 입학하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막연한 앞날을 그리던 중 수업시간에 본 영상 하나가 박군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다리를 세우고 커다란 건물을 뚝딱뚝딱 짓는 모습에 매료된 박군은 그때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박군은 “영상에서 마지막에 건축 관계자들이 인터뷰를 하는데 땀을 흘리며 뿌듯해 하는 게 참 멋있어 보였다”며 “중학교 때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선생님께 찾아가서 건축 쪽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의견을 표출했다”고 말했다.

꿈이 생기자 공부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건축목공, 건축설계제도, 건축구조체시공 등 전문교과를 배워 건설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고, 일단 건설회사에 취직한 뒤 야간대학에서 건축 공부를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교내에서 맞춤형 취업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면접 준비도 척척 진행됐다. 노력한 만큼 실력은 따라왔고 박군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단번에 건설회사에 합격할 수 있었다.

박군은 “사실 학교에서 교육 받은대로 했을 뿐 따로 준비한 건 없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좋게 봐주셔서 합격할 수 있었다”며 “막연하게 공부를 하는 것보다 하나의 목표점을 잡고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군은 이어 “영상 속에서 봤던 현장에서 내가 뛸 수 있게 돼 마냥 설렌다”며 “앞으로 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우고 야간대학에서 공부를 해서 산업기사와 토목기사 자격등도 취득할 계획이다. 나중에는 현장을 총 지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육군 부사관 박성민 “또 다른 길, 가능성을 알게 됐다”
 

한림공고 3학년 박성민군(19)은 지난 8월 육군 부사관에 최종 합격하면서 취업과 군복무 걱정을 한 번에 해결하게 됐다.

아버지의 권유로 공고 토목과에 진학하게 된 박군은 2학년 시절 선생님의 권유로 제주도교육청이 주관한 군 부사관 준비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부사관 전문 강사를 통해 설명회, 원서작성 및 자기소개서 작성 컨설팅, 필기시험을 위한 집중교육, 면접교육, 체력훈련을 받으면서 적성에 맞는다는 걸 깨닫게 됐다.

청년 실업률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요즘 확실하고 안정된 국가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군 부사관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임관 후 대학 진학을 하면 국고에서 학비를 전액 지원해준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처음 필기시험에 합격했을 때는 얼떨떨했다. 수십 명의 자원자 중 한림공고 학생 4명이 필기를 통과했고 이후 면접과 체력훈련에 함께 힘을 쏟아 결국 4명 모두 최종 합격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박군은 “제주지역에서 총 37명이 시험에 응시해 10명이 육군 부사관에 최종 합격했는데 이 중 4명이 한림공고 학생들”이라며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하니 결과가 좋았다”고 들뜬 어조로 말했다.

박군은 이어 “목표가 생기니 자연스레 성적도 오르게 됐다”며 “만약 일반고에 갔더라면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았을 텐데 공고에 와서 또 다른 길을 알고 선택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고에 가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중3때 제주시 내로 이사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단순히 공고가 싫다고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며 “일반고는 길이 대학 진학밖에 없지만 공고는 선 취업 후 진학 등 다양한 길이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박군은 “2~3학년 때까지도 내가 뭘 하며 살아야할지 고민이 많이 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일단 한 번 결정하면 흔들리지 않고 해내는 것”이라며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공고를 진학할 수 있도록 해준 아버지께 참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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