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대란, 기로에 선 제주] 3. 하루 3000t 배출은 기본

[편집자 주] 제주도의 '쓰레기대란'이 눈앞에 닥쳤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쓰레기 문제에 대한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쓰레기를 처리할 인프라가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뉴스1제주는 제주가 직면한 '쓰레기대란'의 실태와 구조적 문제, 개선점을 7회에 걸쳐 살펴본다.
 

"쌓고, 덮고, 묻고…"

11일 제주시에서 사업장 폐기물 처리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모 업체 관계자는 제주 곳곳에서 이러한 방식의 폐기물 불법 처리가 만연하다고 말했다.

공무원만으로는 감시에 한계가 있는 점을 악용해 주로 인적이 뜸한 밤 사이 중산간 지역에서 사업장 폐기물을 무단으로 야적하거나 매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실제 행정당국에 적발된 사례들도 마찬가지다.

건설공사 현장의 경우 폐기물을 재활용, 소각용, 매립용으로 분리하지 않고 혼합해 보관하거나 폐스티로폼이나 폐합성수지 등 가연성 폐기물을 불법 배출·소각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감귤선과장에서도 작업이 이뤄지는 가을·겨울 사이 폐감귤, 폐지, 폐비닐 등을 무단 투기하는 일부 업체들의 도덕성이 결여된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쓰레기 80%가 '사업장 폐기물'…일일 3000t 규모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제주지역 일일 폐기물 발생량(지정·의료폐기물 제외)은 2011년 4149톤, 2012년 3981톤, 2013년 3794톤, 2014년 3870톤으로, 소폭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2005년 일일 폐기물 발생량은 1823톤 정도. 2014년 수치와 대비해 보면 10년 새 두 배 가량 급증했다.

2014년 기준 폐기물 구성비율을 보면 건설 폐기물이 68%(2647톤)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가정 생활 폐기물 20%(778톤), 공장 등 사업장 배출시설 폐기물 6%(247톤), 호텔·음식점 등 사업장 생활 폐기물 5%(198톤) 순이다.

현재 제주도 쓰레기 정책이 클린하우스를 중심으로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데 집중돼 있지만, 실제 제주지역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국내·외 관광객 급증, 건설경기 호황 등의 영향으로 80% 이상 사업장 폐기물에 집중돼 있다.

특히 사업장 폐기물 매립량(2014년 기준)의 경우 가정생활폐기물 매립량 127톤을 크게 웃도는 252톤 수준으로, 제주지역 매립장들의 조기 만적을 유발시키고 있다.

다행히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 폐기물은 연 평균 95% 이상 재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2012년 2.6톤 2013년 1.1톤, 2014년 0.3톤 수준이었던 건설 폐기물 매립량이 지난해 16.2톤 등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 폐기물 매립단가가 톤당 6만3000원선으로 저렴해 분리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업장과 폐기물 처리 업체들이 최근 폐기물을 혼합 배출하면서 매립장으로 직반입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섬 지역 특성상 가연성, 불연성, 음식물, 재활용품 등 성상별 처리 시설·업체가 부족하고, 대부분의 업체가 영세해 행정 의존도가 증가하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 "건설 수요관리 나서야…재활용률 향상 방안도"
이 같은 상황에 행정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서귀포시는 부산시와 서울시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지난 3월 28일부터 일일 300kg 이상의 폐기물을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장 폐기물 봉투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폐기물 봉투에 폐기물 성상, 업체명, 배출자 연락처, 수집·운반 업체명을 기재해 배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서귀포시는 이를 통해 전년 대비 재활용쓰레기는 25.8% 증가, 가연성·불연성 쓰레기는 각각 59%, 67.8% 감소하는 등의 분리배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시도 관련 조례 개정에 따라 봉투실명제 실시를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건설 폐기물 매립단가를 매년 정기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혼합 폐기물을 중간처리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건설순환자원학회 회장인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수도권의 경우 오랜 시간에 걸쳐 사업장 폐기물 관리가 이뤄져 왔는데, 제주도는 섬 지역인 데다 단기간에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수요관리에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불법 투기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라며 "이후 미래 건축·건설 수요를 예측해 사전에 관리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돈을 주고 쓰레기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낙근 한국폐기물협회 실장은 "사업장의 영리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을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수거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성 실장은 "건설·건축 활동 자체를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최대한 폐기물을 분리한 후 적정하게 처리를 해서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