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대란, 기로에 선 제주] 6. 자원순환센터 '지지부진'

[편집자 주] 제주도의 '쓰레기대란'이 눈앞에 닥쳤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쓰레기 문제에 대한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쓰레기를 처리할 인프라가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뉴스1제주는 제주가 직면한 '쓰레기대란'의 실태와 구조적 문제, 개선점을 7회에 걸쳐 살펴본다.
 

"사람으로 치면 인공호흡기를 달고 연명하고 있는 거죠. 아슬아슬합니다."

15일 오전 제주시 회천동 봉개(회천)매립장 입구.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눈에 들어온 건 산더미처럼 쌓인 각종 쓰레기들과 그 위를 무리지어 떠도는 까마귀 떼.

쓰레기들은 기존 매립장 부지를 가득 메우다 못해 채 완공되지 않은 인근 매립장으로까지 번져 나갔고, 까마귀 떼는 그 쓰레기 더미들을 헤집으며 울어댔다.

기존 매립장이 쓰레기로 포화되는 시점은 이제 불과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오후 찾은 서귀포시 색달동 색달매립장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매립장 부지는 이미 세 달 전에 쓰레기로 포화돼 매립 높이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바로 옆 남부광역소각장은 밀려드는 생활쓰레기를 소각하기에 바빠 미처 처리하지 못한 폐목재를 오름처럼 잇따라 쌓아 두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모두 "이렇게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 쓰레기매립장 절반 2년 내 만적…'이러지도 저러지도'
제주도에는 봉개·서부·동부·추자·우도·색달·남원·성산·표선매립장 등 총 9곳의 쓰레기매립장이 조성돼 있다.

그러나 최근 제주에 유입인구·관광객 급증에 따른 '쓰레기대란'이 벌어지면서 이 중 5곳(봉개·서부·동부·우도·색달)이 2년 안에 만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 가장 큰 봉개매립장의 경우 하루 평균 248톤에 이르는 쓰레기가 반입되면서 이미 지난 8월 말 총 용량의 91%(211만5264㎥)가 쓰레기로 꽉 찼다. 관계자에 따르면 봉개매립장은 이르면 이번주 내로 만적된다.

이에 봉개매립장 측은 지난 6월 주민들과 협상을 갖고 2018년 5월까지 매립장 사용기간을 연장, 35억원을 들여 기존 매립장 인근에 추가 매립장을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추가 조성 중인 매립장 내부는 마무리 증설작업과 쓰레기 매립작업이 한 데 이뤄지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관계자는 "그렇다고 쓰레기를 안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외에 동부매립장과 서부매립장, 우도매립장도 밀려드는 쓰레기에 사용기한이 앞당겨지면서 각각 2018년 12월, 2017년 12월, 2019년 6월 만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색달매립장의 경우 지난해 말 안덕매립장이 폐쇄되면서 그 반사효과로 쓰레기 반입량이 크게 늘어 사용기한이 당초 2034년에서 2019년으로 15년이나 앞당겨졌다. 여기에 인근 남부광역소각장의 포화도 색달매립장의 조기 만적을 부추기고 있다는 상황이다.

 

 

◇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건설 지지부진…"착공은 언제?"
제주도내 환경기초시설들이 이 같은 '버티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오는 2018년 5월 31일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일대에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준공되기 때문이다.

국비 878억원, 지방비 1156억원 등 총 사업비 2034억원이 투입되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는 200만㎥ 규모의 매립시설과 하루 최대 500톤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 시설을 갖추게 된다.

센터 내 매립시설은 2018년 5월, 소각시설은 2019년 2월 준공될 예정으로, 제주도는 센터 준공 시 제주도내 매립장과 소각장을 전면 폐쇄해 모든 쓰레기 처리를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이 같은 계획은 잇단 착공 연기로 삐걱대고 있다. 당초 제주도는 지난 6월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부지 내 양돈장 이설 등 주민 협약사항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착공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제주도는 다음달 중 센터 내 매립·소각시설 착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양돈장 이설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이를 대신할 뚜렷한 보상대책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착공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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