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성공신화 우리가 열어요] 13. 취업한 서귀포산과고 김영훈군

[편집자 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역 특유의 학력 선호로 빚어지는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중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지원 정책들을 펴고 있다.
뉴스1제주는 '고졸 성공신화 우리가 열어요'를 주제로 14회에 걸쳐 이 같은 제주도교육청의 특성화고 지원 정책과 특성화고별 운영 방향,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 성공 사례 등을 소개한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말(馬)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선정된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는 말 생산에서부터 육성, 조련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을 실력있는 마필관리사로 육성하고 있다.

국·영·수에 얽매인 공부보다는 몸으로 땀을 흘리며 전문기술을 쌓고 싶었던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들보다 내 인생을 일찍 설계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 마필관리사 김영훈 “중요한 건 꿈을 위한 경험”
 

서귀포산과고 3학년 김영훈군(19)은 지난 4월부터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위치한 제주경마장 렛츠런파크 제주로 출근을 하고 있다.

‘친환경 생명 산업 중심 교육기관’이라는 목표 아래 운영되고 있는 학교에서 마필관리를 전공한 김군은 “공부가 하기 싫어서 일반고가 아닌 특성화고를 선택했는데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귀포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군은 “목장에서 뛰노는 말들을 자주 보긴 했지만 직접 타보거나 만져본 적이 없어 1학년 첫 실습시간 두려움이 앞섰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함께 있는 시간이 늘면서 점점 유대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에도 마방에 있는 말들이 아른거릴 정도였다고 김군은 말했다.

교내 마방에서는 30여 마리의 말들이 학생들과 함께 자랐다. 한 마리를 특정해서 돌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될 때면 다른 친구한테 넘기고 또 다른 말을 맞이해야했다.

김군은 “한 마리를 집중적으로 끝까지 키워보고 싶었는데 매번 정들고 익숙해질 만할 때 떠나보내야 하니 아쉬웠다”면서도 “이 또한 여러 말들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과정 중의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 김군은 ‘클리켓’이라고 답했다.

김군은 “수의를 담당하던 선생님이 교내에 계시지 않았을 때 클리켓의 등에 큰 상처가 나고 고름이 난 적 있었다”며 “그때 제가 수업시간에 배운 외상치료법으로 클리켓을 치료했었다”고 회상했다.

김군은 이어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배운 걸 써먹으니 클리켓의 상태가 점점 호전돼 신기했다”며 “3달간 꾸준히 옆에서 돌봐주니 완전히 낫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2학년 말부터 제주경마장에서 실습을 하며 실전 경험을 쌓은 김군은 성실하게 임하는 태도를 인정받아 3학년 초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게 됐다.

이른 취업에 당황스러울 만도 했지만 김군은 “이쪽(제주경마장)에서 좋게 봐주셔서 남들보다 일찍 현장에 나올 수 있게 된 것 아니겠느냐”며 “아무 준비 없이 나왔다면 두려웠겠지만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학습했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었다”고 덤덤히 말했다.

한참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선배 마필관리사들 사이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는 김군의 최종 꿈은 말 생산목장을 직접 경영하는 것이다.

김군은 “지금은 경마장 내에서 마방 청소를 하고 말을 깨끗하게 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해 기수에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여기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나중에는 내가 직접 말 생산목장을 운영해 좋은 말을 길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군은 이어 “내가 관리한 말들이 경주에서 1등을 하면 좋은 거야 당연한 거겠지만 기대도 안했던 녀석들이 1등을 하면 뿌듯함을 더 크게 느낀다”며 “최고의 마필관리사가 되서 내가 관리하는 녀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김군은 “아직까지 대학에 갈 의향은 없지만 만약 필요한 공부가 생긴다면 대학에 갈 생각이다.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면서 “지금 중요한 건 공부가 아니라 내 꿈으로 가기 위한 경험을 쌓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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