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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쓰레기에 숨 불어 넣으니 내 삶에도 생기가”[제주에 혼듸 살아요] 3. 김지환 바다쓰기 대표
“업사이클링 아트의 꿈 제주라서 가능했다”
  •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승인 2017.02.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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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제주가 연간 전입자 수 10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이주민들이 제주 곳곳에 스며들면서 제주민들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제주에 애정을 품고 온 이주민들은 더 나은 제주를 위해 ‘나’와 더불어 ‘우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혼듸(함께의 제주말) 제주’를 2017년 대주제로 내건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에 혼듸 살아요’라는 주제로 올 한 해 동안 2주에 한 번씩 이들의 고민을 담아보고자 한다.
 

김지환 작가가 파도에 떠밀려온 나무를 이용해 만든 작품. (바다쓰기 홈페이지) 2017.02.03/뉴스1 © News1

떠밀려온 존재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이가 있다.

업사이클링 아트 프로젝트 그룹 ‘바다쓰기’ 대표를 맡고 있는 김지환 작가(38)다.

김 작가는 2013년 아내와 두 자녀의 손을 잡고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에 터를 잡았다.

연고도 없이 내려온 제주에서 김 작가를 아무 조건 없이 품어준 건 푸른 바다뿐이었다.

제주에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했지만 먹고 사는 문제 앞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던 2014년의 어느 여름날, 김 작가는 바다에서 떠밀려온 유목에 마음을 빼앗겼다. 꼭 자신 같았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온지 모를 바다쓰레기를 주워 시계나 조명 등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건 그때부터다.

바다쓰레기에 생명을 불어넣자 김 작가의 삶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 가장 큰 고민은 ‘먹고 사는 일’…꿈이 삶이 되기까지
 

김지환 작가(38)가 2일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에 위치한 본인의 공방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2.03/뉴스1 © News1 안서연 기자

제주에 산다는 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 작가는 2005년 대학시절 학교 신문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천지역 한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하게 됐다.

자그마치 8년.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도 하고 두 자녀도 얻게 됐지만 김 작가는 행복하지 않았다. 삶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삶을 꿈꾸며 제주행을 택했지만 이곳에서의 삶도 만만치 않았다. 역시 먹고 사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다.

김 작가는 “제주에 오기 위해서는 직장이 필요했는데 일자리가 많지 않더라”며 “결국 익숙한 기자 일을 계속 하게 됐지만 육지에서의 삶과 마찬가지로 흘러가버려서 1년이 채 되지 않아 그만두게 됐다”고 회상했다.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웠던 그는 방과 후 미술수업과 논술지도도 하고 귤장사도 하며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지만, 한 가정의 생계를 꾸려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술학도의 꿈을 살려 창작을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는 있었지만 현실을 떠올리고는 곧바로 마음을 접어야만 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움직인 건 바로 제자들이었다.

“선생님도 작가예요?”라고 묻는 질문이 가슴을 파고들었고 그제야 자신이 무얼하며 살아가고 싶은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그때 마침 관심을 두고 있던 게 업사이클링이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재활용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입혀(upgrade) 제품으로 재탄생(recycling) 시키는 것을 말한다.

경제적 부담이 없는 작품 재료를 찾던 중 바다에서 떠밀려온 유목들이 눈에 띄었고, 다듬고 색을 칠해 상상력을 덧입히니 작품이 됐다.
 

김지환 작가의 '나란히 달빛 기다리며'. (바다쓰기 홈페이지) 2017.02.03/뉴스1 © News1

아내가 보여준 영국의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커스티 엘손(kirsty elson)의 작품 사진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바다쓰레기로 바닷가의 풍경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보자마자 찌릿하면서 내 인생을 던져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창작의 열정을 쏟을 주제가 생겨 기뻤지만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바닷가에 가서 쓰레기를 주워왔고 가족들이 자는 시간에도 작업에 몰두했다.

버려진 나무는 김 작가의 손을 거쳐 조명으로, 시계로 다시 태어났다. 마을에서 열린 프리마켓에 들고 나가니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무엇보다 환경문제를 예술적인 방식으로 풀어간다는 데 있어서 큰 호응을 얻었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초청 전시회까지 열게 됐다.

직접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애월읍 신엄리의 창고 2층을 빌려 체험공간을 꾸리기도 했다. 정기적으로 체험교육을 받으러 오는 어린이집도 생겼고, 얼마 전에는 제주시교육지원청과 자유학기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버려진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아이들은 고정관념이 없다. 체험프로그램은 우리가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서 잃어버린 순수성을 찾아보자는데 궁극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 바다에 손 내밀어 만난 세계
 

강연을 하고 있는 김지환 작가. (바다쓰기 홈페이지) 2017.02.03/뉴스1 © News1

업사이클링 아트의 꿈을 펼칠 수 있었던 건 제주라는 공간이었기에 가능했다고 김 작가는 말한다.

김 작가는 “제주도에 처음부터 주인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이민자라고 할 수 있다. 바다쓰레기나 부표, 유목들도 다르지 않다”며 “그들도 어딘가로 부터 떠밀려온 것들이다. 거기에 가치를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제주에 와서 다양한 상상력을 통해 또 다른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것처럼 떠밀려온 쓰레기들에게도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일맥상통하는 이 존재들을 연결시켜서 제주의 미래를 그려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디자인샵에서 납품 의뢰가 들어오긴 하지만 반복해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저마다 가치가 달라 균일한 값에 제공하기가 어렵다”며 “그래서 고민한 방법이 업사이클링 아트를 체험할 수 있는 키트(조립용품 세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영상을 통해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제주 바다의 아픔, 환경의 소중함 등의 메시지를 던진다면 좋은 교육 자료가 될 수 있으리라고 김 작가는 기대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치를 입히는 게 중요하다”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끔 해주고 개개인이 만든 작품들이 모이면 하나의 마을이 될 수 있게끔 유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에게 제주는 더 이상 낯설고 막막한 공간이 아니다.

제주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의 온 고민들을 예술로 풀어나가게끔 하는 원동력이 돼주었고, 이제는 지키고 가꿔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김 작가는 “바다쓰레기로 예술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다. 예술가들과도 소통하고 지역민들로부터도 많은 응원을 받았다”며 “먹고 사는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에게 업사이클링 아트를 가르쳐주고 있는 김지환 작가. (바다쓰기 홈페이지) 2017.02.03/뉴스1 © News1

이장님의 도움으로 운 좋게 100년 된 돌집을 빌려 살 수 있게 됐다는 그는 “내가 제주를 위해, 이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마을의 오래된 역사 공간을 테마로 마을 전체를 에코뮤지엄으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김 작가의 작품과 체험프로그램 정보는 바다쓰기 홈페이지(http://usingsea.modoo.at)를 통해 볼 수 있다.

‘바다쓰기’라는 이름은 김 작가의 초등학생 딸아이가 받아쓰기 100점을 받아온 날 만들어졌다.

‘sea(바다)’와 ‘receive(받아)’, ‘using(쓰기)’과 ‘writing(쓰기)’이라는 중의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바다로부터 얻은 쓰레기를 사용하겠다’ 혹은 ‘바다가 준 것을 받아 작품을 만들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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