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지증명제 두달]下. 위장전입 등 부작용도 우려

[편집자 주] 국제관광도시 제주도가 자동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민 1인당 차량 보유 대수와 가구당 보유 대수 모두 전국 1위로 주차는 전쟁을 방불케한다. 때문에 제주시는 차고지 없이는 신규 차량을 등록할 수 없도록 하는 차고지증명제를 올 1월부터 시행중이나 부작용과 주민 불만도 낳고 있다. 차고지증명제의 명과 암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수차례 시행 시기를 미루다 올해 1월부터 동(洞) 지역에 한정해 시작한 제주시의 차고지증명제는 안착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시는 이미 2009년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시범 시행했다가 주민 간 갈등과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1년만인 2010년 폐지한 쓰린 전력이 있다.

내년에 차를 사려던 읍면지역에 사는 강모(35)씨는 "시골에는 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골목길이 많아서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앞당겨 사야 할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14일 제주시에 따르면 올해 1~2월 읍면지역 신규 자동차 등록은 지난해 같은 기간 295대에서 370대로 25%나 증가했다.

동 지역의 신규 중형차 등록이 1127대로 지난해 1604대보다 30%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읍면 거주자들이 내년 하반기 도 전역으로 제도가 확대되기 전에 차를 구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소지는 읍면지역으로 하고 실제 차량은 동 지역에서 운행하는 '위장전입'이 상당수라고 보고 있다.

'위장전입' 문제는 차고지증명제 도입 전부터 거론된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혀왔다.

차고지증명제 시행 10년째인 대형차도 차고지 주소 이전을 제대로 하지 않아 번호판이 영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시는 차고지증명제의 일환으로 자기차고 갖기 사업의 보조금 비율을 50%에서 90%로 확대했다. 올해 자기차고지 사업에 선정된 주차면은 129면으로 지난해 46면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차고지로 쓸 부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보조금은 차고지를 만들기 위한 주택 개조 등에 쓰이지 부지 마련은 별도다. 주택 안에 차고지로 사용할 땅이 없다면 차를 사면서 땅도 함께 사야하는 셈이다.

주차할 수 있는 자기 땅이 없다면 다른 사람의 땅을 빌려야 한다. 제주시는 유료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을 1년 단위로 계약해 임대할 예정인데 임대료가 한 달에 7만5000원, 연간 90만원에 달한다.

시민 박모(39)씨는 "주차와 교통문제가 심각한 건 알지만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에게 한 달에 7만원이 넘는 돈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관리사무소가 없는 경우 입주세대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차공간을 놓고 이웃 간 분쟁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차고지증명제만으로 차량 증가를 억제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올해 1~2월 중형차 신규 등록대수는 감소했지만 전기차는 지난해 1대에서 223대로 크게 늘었다.

경차는 349대에서 360대, 소형차도 492대에서 619대로 각각 늘어나는 등 차고지증명제 대상이 아닌 차량은 되레 증가했다.

송규진 제주교통연구소장은 "차고지증명제는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대책 중 하나이며 효과도 상당히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 소장은 "차고지등록으로 끝날 게 아니라 공평하고 엄격한 사후관리를 해야만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차고지증명제의 근본 취지는 신규 차량 등록을 억제하는 사실상의 총량제와 비슷하다"며 "일본이 차고지 정착에 20년이 걸린 만큼 차고지가 있어야 차를 소유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차고지증명제를 홍보하는 한편 제도를 위반한 차량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하는 처벌 조항이 담긴 제주특별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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