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민심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언제나 당선 결과와 일치하면서 ‘정치 풍향계’ 역할로 주목을 받아 왔다.

실제로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제주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50.46%의 득표율을 얻으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48.95%) 보다 앞섰다. 이는 양 후보의 전국 득표율(박근혜 51.55%, 문재인 48.02%)과 약 1% 격차 내에서 일치되는 결과였다.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제주에서 38.67%,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32.69%의 득표율을 보였다. 전국 득표율 역시 이명박 48.67%, 정동영 26.14%로 나타나면서 제주의 표심과 들어맞았다.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당선도 제주에서는 미리 점쳐졌다.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제주에서 56.05%를 득표하며 39.93%를 득표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따돌렸고, 전국적으로는 48.91%을 얻으며 2.33%의 근소한 차이로 당선을 거머쥐었다.

20년 전인 제15대 대선에서도 제주의 표심은 전국의 바로미터로 작용했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제주에서 40.57%를 얻으며 36.59%를 얻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앞질렀다. 최종적으로 전국 득표율도 김대중 40.27%, 이회창 38.74%로 나타나 제주의 민심과 들어맞았다.

제14대 대선에서는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가 제주에서 39.97%의 지지를 얻어 32.92%를 득표한 김대중 민주당 후보를 앞질렀고, 전국적으로도 김영삼 41.96%, 김대중 33.82% 득표율로 제주와 같은 결과를 보였다.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제주의 표심은 전국의 표심과 일치했다.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는 제주에서 49.77%를 득표해 26.78%를 얻은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를 앞질렀고, 최종 결과 역시 노태우 36.64%, 김영삼 28.03%로 나타났다.

이처럼 6차례의 선거 결과가 전국 상황과 일치하면서 제주는 전국 민심의 축소판임을 확인했다.

제주지역 인구가 65만여 명으로 전국 5160만여 명의 1.2%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선거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역대 대선 결과가 빗나간 적이 없는 곳이기에 대선주자들은 불편한 동선을 감수하고 제주민심을 잡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이곤 했다.
 

제주는 특정 정당으로 쏠림현상이 없는 것도 큰 특징이다.

‘정당 대신 궨당(친인척을 일컫는 제주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거철만 되면 혈연·지연·학연 영향이 크게 작용하면서 제아무리 거대 여야 정당 소속이라도 궨당문화를 등에 업지 않으면 힘을 쓰지 못했다.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은 경우가 다르다. 제주출신 대선주자가 없다보니 총선·지방선거 등과 달리 상대적으로 지역적·이념적 편향성을 덜어낸 상태에서 치러진다.

더욱이 최근 4~5년 사이 이주민들이 급증하면서 ‘공약’을 보고 한 표를 행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탄핵정국 속에서 정당이 나눠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표심의 향방이 갈린 데다 지난 대선에 비해 이주민까지 대폭 늘어나면서 풍향계가 어디로 향할지 좀처럼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지역 3석의 국회의원 자리를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꿰차고 있기 때문에 대선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분석만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을 뿐이다.

김진호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 육지부에서 몇 만 명이 넘어오면서 제주지역 정서보다는 자신의 이념과 이익과 관련해 투표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방향으로 선거문화가 흘러가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 교수는 이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개당이 모두 해군기지 구상권 철회를 쟁점으로 내걸어 제주도민 표심을 잡으려고 나섰는데 특별한 공약 없이는 표를 빨아들이기 힘들어 보인다”면서 “제주에 응집돼 있는 호남 고정표마저도 어느 쪽으로 쏠릴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혼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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