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5월이면 제주 중산간과 들판에는 고사리 꺾기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일부 고사리 채취객들이 지나친 고사리 욕심에 말 농장 울타리까지 훼손하거나 산 속 깊이 들어가 길을 잃고 헤매는 사고가 종종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7일 제주시에 따르면 고사리철이면 매주 1~2회 말이 농장을 탈출해 도로를 배회한다는 신고를 접수한다.

탈출한 말에 달린 인식기로 소유주를 확인하려 해도 공무원이 접근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말을 다루기 힘들어 애를 먹고 있다.

말이 탈출하는 이유는 농장주들이 농장 관리를 제대로 안 한 탓도 있지만 고사리 채취객들이 말 울타리 문을 열고 들어간 뒤 닫지 않는 사례도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일부 농장주들은 고사리 채취객들이 말 울타리 문을 훼손해 말들이 탈출하고 있다고 하소연 한다"며 채취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도로를 떠도는 말은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최근에는 지난 19일 오후 7시48분쯤 제주시 한림오일장 인근 도로에서 20대 부부와 어린 딸이 탄 승용차가 말 1마리와 충돌해 가족이 다치고 말은 즉사했다.

2015년 2월13일에는 제주시 평화로에서 차량 5대와 말 7마리가 얽힌 사고가 일어나 2명이 다치고 말 5마리가 죽는 등 잊을만하면 말 관련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고사리철 또 다른 현상은 '길 잃음' 사고다.

제주소방안전본부가 매해 4~5월이면 '고사리 길잃음 주의보'를 발령할 정도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고사리 채취객 길 잃음 사고는 2014년 44건, 2015년 47건, 2016년 45건 등 136건이다. 올해는 4월26일 기준 26건이 발생했다.

중산간 곶자왈 지대로 고사리 서식지가 분포된 제주시 구좌읍과 표선면에서 길 잃음 사고가 빈번하다.

지난해 4월30일에는 고사리를 꺾다 실종된 7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오는 29~30일 열리는 제22회 한라산 청정고사리 축제에는 도민과 관광객 등 2만5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 경찰과 행정당국이 사고 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귀포시는 축제를 앞두고 읍면사무소와 리사무소, 파출소 등을 통해 고사리 채취객들에게 호루라기 3000개를 보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길을 잃는 채취객은 70대 이상 고령 여성이 많다"며 "밝은 색 옷을 입고 여럿이 모여 고사리를 꺾고 휴대전화와 예비 배터리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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