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최초 관광용 자유비행 열기구 첫 운항

"출발합니다"

3일 오전 6시쯤 해가 동쪽 하늘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시간.

이날이 2206번째 열기구 비행인 김종국 ㈜오름열기구투어 대표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동북아 최초의 관광용 자유비행 열기구가 서서히 지상과 멀어졌다.

땅 위에 있던 사람과 자동차가 점점 작아지더니 어느새 열기구는 높이 100m가 넘는 오름의 분화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떠올랐다.

'80일간의 세계일주'와 '오즈의 마법사' 같은 고전에 등장한 열기구가 제주 하늘을 누빈다.

㈜오름열기구투어와 ㈜제주비앤에프는 이날부터 관광상품으로 자유비행 열기구 운항을 시작했다.

제주에서 고정식 열기구 운항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자유비행 열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오름열기구투어는 지난달 제주지방항공청의 '항공레저스포츠사업 허가'를 받았다.

사업 지역인 구좌읍 송당마을 주민들도 마을 관광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분을 나눠 갖는 조건으로 이륙 부지를 제공했다.

영국의 카메론 벌룬즈가 제작한 높이 35m, 폭 30m에 달하는 열기구는 최대 16명이 탈 수 있다.

이날은 취재진과 관광객 등 11명이 열기구에 타 말 그대로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잊지 못할 체험을 했다.
 

한쪽에는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보이는 탁 트인 제주 바다가, 또 다른 쪽에는 용눈이 오름과 체오름 등 오름 군락이 펼쳐지는 장관에 승객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소 떼와 노루, 말들은 지상과는 또 다른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했다.

열기구 하면 고도를 조정하는 화력 장치를 떠올리지만 바람의 미학이기도 하다.

열기구의 고도를 올리고 내리면서 풍향이 다른 윗바람과 아랫바람을 이용해 방향을 조정한다.

바람의 영향이 크다보니 이·착륙 장소와 운항 경로가 기상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탈 때 마다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열기구의 매력 중 하나다.

조종사 김종국 대표는 "열기구는 바람에 실려 가기 때문에 속도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우리가 바람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세계 30여 개국에서 열린 열기구 대회에 출전했으며 아시아인 최초로 캐나다와 아프리카 등에서 상업용 열기구를 운항한 30년 경력의 조종사다.

성산읍 수산리에서 이륙한 열기구는 시속 25㎞의 속도로 비행해 약 50분만에 14㎞떨어진 조천읍 선흘리 한 들판에 무사히 착륙했다.

아내와 두 아들이 함께 탄 승객 이용호씨(47)는 "매년 제주에 휴가를 오는데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됐다"며"평화롭게 떠다니는 게 마치 하늘 위를 천천히 걷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들 진영군(9)은 "비행기에서는 작은 창문으로 봤던 풍경을 넓게 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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