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랑에 빠진 이주민들의 ‘제주 러시’가 제주지역에 다방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급격한 인구 유입은 도시 인프라 포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상주인구 증가에 따라 쓰레기 처리장은 물론 하수처리시설까지 당초 법정계획보다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십수년 빠르게 포화상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급증하는 유입 인구의 정확한 추계를 통한 맞춤형 도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실 따라잡지 못하는 내외 교통 인프라

제주국제공항이 급증하는 인구 유입 등으로 수용인원을 포화하면서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횟수가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3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제주공항은 2009년 당시 9만9323편의 항공기가 이착륙했지만 지난해에는 13만454대로 5년 사이에 31.3%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공항공사는 항공기 운항편수 증가에 대비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간 총 사업비 3432억원을 투자해 국제·국내선 터미널을 확장하고, 활주로 180m를 연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확장 사업에도 제주공항의 포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 제주공항 하계특별교통대책기간(2015년 7월 24일~8월 9일)동안 슬롯(SLOT,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횟수) 한계치를 초과한 항공기 운항횟수는 올해 23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회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제주공항의 최대 슬롯한계치인 34회를 2회 초과해 36회까지 운항한 횟수도 6회에 달했다.

아울러 올해 들어 7월까지 제주공항의 항공편 지연 건수도 913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35건에 비해 32% 늘었다.

또 전체 운항편수에서 한 시간 이상 도착이 늦거나 출발하지 못하는 편수비율인 운항지연율도 2012년 5.6%, 2013년 7%, 2014년 9.8%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연 원인으로는 공항 혼잡으로 인한 항공기 연결문제가 1만2500편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했다.

이어 기상 악화에 따른 지연 2.8%, 항공기 정비에 의한 지연 1.5% 등으로 나타났다.

도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용객 급증에 따라 제주공항 포화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고, 이는 곧 안전 문제와 장기적인 관광 발전 대책과도 연계돼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제주와 타 지방을 잇는 항공 교통뿐만 아니라 제주섬 내부의 교통 문제도 심각한 수준에 직면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차량 등록 대수는 2012년 29만4488대, 2013년 33만4426대, 2014년 10월 말 기준 37만7790대 등으로 2년 사이에 28.3%(8만3302대)나 급증했다.

반면 이 기간 확보된 도내 전체 주차장 수는 2012년 24만2945대, 2013년 24만8750대, 2014년 10월 말 기준 26만8667대 등으로 2년 새 10.6%(2만5722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현재 도내 주차장 부족 대수(차량 등록 대수-주차장 수)가 무려 10만9123면에 이르는 것이다.

주차장 확보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제주도가 별도의 주차장 특별회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3년간 연평균 108억 가량만 주차장 건립 및 관리 예산으로 사용됐기 때문인 것을 풀이된다.

차량 폭증으로 도심지 곳곳에서 심각한 교통난도 일상화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불법 주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단속과 함께 주차장 확충에 더 많은 재원 투입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교통체증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이면도로 확충에도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공항 확충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용역이 진행 중인 만큼 조만간 장기적인 대안이 제시될 예정”이라며 “매년 차량 등록 대수가 폭증하다 보니 주차장 건립 부분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최대한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 처리 대란 ‘우려’

3일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에 따르면 1일 처리용량이 13만t인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은 1일 평균 11만~12만t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1일 하수처리 한계용량의 최대 93%를 차지하는 수치다.

특히 수자원본부가 기존 제주하수처리장으로 흘러오던 제주시 외도·내도동과 연대마을에서 발생하는 1일 평균 9500t의 하수를 한경면 판포리 서부하수처리장으로 분산 처리하고있는데도 하수처리량이 포화상태에 직면한 것이어서 심각성을 더한다.

여기에 제주시 오라동 도시첨단과학단지와 제2첨단과학기술단지가 조성될 경우 제주하수처리장의 증설은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은 1일 처리량 6000t이던 것을 2013년부터 2014년까지 35억원을 투자해 6000t을 증설했지만 인구 유입 급증에 따른 하수량 증가분이 많다 보니 재증설이 추진되고 있다.

실제 수자원본부는 올해 실시설계용역을 시행한 데 이어 오는 2018년까지 총 사업비 489억3800만원을 들여 동부하수처리장의 1일 하수처리용량을 2만4000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서부처리장은 2010년부터 2015년 5월까지 총 사업비 294억원이 투입돼 기존 1일 6000t이던 1일 하수처리용량을 2만4000t으로 확대했지만 외도·내도동·연대마을과 함께 신화역사공원 및 영어교육도시에서 발생할 하수량을 처리하려면 추가적인 증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수처리장의 용량 증설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실제 제주지역 인구 증가분이 당초 하수도종합계획이 예상됐던 계획인구를 훨씬 초과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수자원본부는 분석했다.

도내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대규모 개발사업과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신규 하수량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미래 하수 발생량의 정확한 예측과 함께 면밀한 분석을 통한 하수처리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총 사업비 1135억7000만원을 투입해 월정·보목·대정·성산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을 증설할 계획”이라며 “이번 계획을 통해 인구 급증에 따른 하수 처리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슬아슬한 쓰레기 처리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시 봉개동 회천매립장의 승인 매립용량은 213만t이고, 2015년 9월 말 기준으로 이곳에 매립된 쓰레기는 203만9055t이다.

현재 매립가능량은 9만945t뿐이다. 여기에 1일 평균 매립량이 258t인 점을 감안하면 사용가능 기간은 2016년 9월까지로 제주도는 추정했다.

이 같은 사정은 서귀포시 색달매립장도 마찬가지다.

색달매립장의 매립가능량은 15만2632t이며 2015년 9월 말 기준으로 이곳에 매립된 쓰레기는 38만1738t이다.

여기에 서귀포시지역에서 1일 평균 119.9t의 쓰레기가 매립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색달매립장의 포화는 당초 2034년 12월에서 15년이나 앞당겨진 2019년 10월로 서귀포시는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는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애초 이 사업을 2015년 6월 발주해 매립시설을 2018년 2월에, 소각시설을 2018년 9월에 각각 준공할 계획이었다.

이 사업이 예정대로 조성되더라도 쓰레기 처리난이 걱정되는 상황인데도 공사 자체가 대책 없이 늦춰지고 있는 데다 예산조차 확정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제주도는 부지 확정 이후인 2014년 11월에 하루 500t 규모의 소각시설과 460㎥ 규모의 매립시설을 조성하는데 투입할 총사업비 규모를 3515억원이라고 발표했지만 돌연 2015년 초에는 2837억원으로 줄이더니 10월에는 2426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사업비가 1년 사이 약 1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 11월 중에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조성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급격한 인구 유입에 따른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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