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금 시장 전면 폐쇄…대목 앞두고 손님 '뚝'

제주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사례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5일.

토종닭 유통특구인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서 토종닭 전문음식점을 운영하는 김현욱씨(62)는 "당장 내일부터 폐업"이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지난 3일 제주시 이호1동과 애월읍 고성리 양계농장의 오골계에서 고병원성 가능성이 높은 H5형 유전자가 검출돼 도가 AI 차단을 위해 이날 가든형 식당 등 생가금 시장을 전면 폐쇄했기 때문이다.

닭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손님을 받기 전날 인근 토종닭 사육농가로부터 살아있는 닭을 공급받거나, 도계장에서 잡은 닭을 들여오던 교래리 식당가 입장에서는 당장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특히 철새들에 의해 가을이나 초겨울에 주로 발생하던 AI가 유례 없이 초여름에 들이닥치면서 삼복 등 여름철 대목을 앞두고 사기가 크게 꺾인 모습이었다.

김씨는 "시장 폐쇄라는 한마디에 식구들이 감수해야 할 고통을 생각하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슴이 미어지더라"면서 "특히 여기는 특구라 임대료가 높아 자가(自家)가 아닌 식당들은 대목을 앞두고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또 다른 토종닭 전문음식점을 운영하는 강영희씨(64·여) 부부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닭장에 남아 있던 토종닭은 불과 10마리. 평상시였으면 전날 200마리의 토종닭을 공급받아 새벽 5시부터 도계작업이 들어갔어야 했다.

강씨는 "다음달 말복(末伏)까지 매주 주말 예약이 꽉 차 있다. 토요일·일요일 이틀 손님만 250여 명 정도"라며 "그런데 이번 사태로 교래리 토종닭집들이 당장 내일부터 기약 없는 폐업에 들어가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속수무책으로 뚫린 AI 방역체계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강씨는 "육지부 축산 담당 공무원들이 AI를 얼마나 허술하게 다뤘으면 바다 건너 AI 청정지 제주에까지 이런 사달이 나느냐.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며 성토했다.

다른 토종닭 전문음식점 사장인 최모씨(57·여)는 "미리 공급받은 토종닭들이 있긴 한데, 혹여 까마귀 등의 분변으로 AI가 옮길까봐 풀어놓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고병원성 확진 판정이 나든 안 나든 손님이 떨어져 나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단념했다.

양상호 교래리 이장은 "다른 것도 아니고 토종닭이 AI 문제로 언론에 오르내리다 보니 특구 내 상인들 입장에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실제 시장 폐쇄로 당장 피해를 입고 있어 더욱 그렇다"며 "교래리 입장에서는 사실상 빨리 수습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지역 AI 의심사례의 고병원성 여부는 이날 오후 6시쯤 확인될 예정이다.

제주도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에 따르면 이번 AI 사태가 시작된 것은 전북 군산에 있는 종계농장이다. 앞서 이 군산 농장은 오골계 폐사 사례가 있음에도 해당 오골계들을 제주도 1000마리, 경남 양산 600마리, 파주시 법원읍 500마리 등 2100마리를 팔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13일자로 전국의 이동제한 조치를 완전히 해제한 뒤여서 오골계 반입은 문제가 없었다.

제주시 애월읍 A·B 농가 2곳은 여름철 삼복 더위를 앞두고 지난달 26일 전북 군산 농가에서 오골계 각각 500마리씩 모두 1000마리를 들여왔다. 이 농가들은 다음날 해당 오골계들을 제주시 오일장에서 90마리, 서귀포 오일장에서 70마리 등 160마리를 팔았다.

그런데 제주시 오일장에서 이들 농가가 판 오골계 중병아리 5마리를 구입한 이호동 소재 소규모 농장주가 다음날 오골계가 폐사한 데 이어 5일 뒤 기존에 키우던 토종닭 3마리까지 연이어 폐사하자 이상히 여겨 지난 2일 도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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