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참이슬에 이마트 인수 제주소주 하반기 본격 가세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신세계 이마트가 인수한 제주소주가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두면서 제주서 치열한 소주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2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제주소주를 인수한 지 1년여 만에 시설자금 확보를 위해 100억원을 출자하며 전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 제주소주 지분 100%를 190억원에 인수한 뒤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250억원을 출자하는 등 현재까지 총 440억원을 제주소주에 투자했다.

이마트는 기존 제품인 ‘곱들락’과 ‘산도롱’ 외에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한 저도주 등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제품명과 맛, 디자인, 마케팅 전략 등을 모두 리뉴얼하고 있다.

최근 내부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생산 설비 보강을 위한 시설 투자가 이뤄졌으며 하반기 중 전국 170여개 이마트 매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가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는 만큼 신제품이 출시되면 제주뿐 아니라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라며 “향후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소주가 이마트의 거대 유통망을 발판으로 제주를 비롯한 국내 주류시장에 몰고 올 판도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역 소주에서 대기업 소주로 탈바꿈한 제주소주가 소주시장에 나오게 되면 대기업 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1950년부터 4대째 이어지면서 제주 소주시장의 절대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주향토기업 한라산의 ‘한라산소주’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한라산소주의 도내 점유율은 65~70%가량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90%를 육박했지만 주류도매상이 소주의 절반 이상을 본인 지역 소주회사에서 구매하도록 하는 ‘자도주 의무구입제도’가 1996년 폐지되면서 시장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그때 치고 들어온 것이 참이슬이다. 30%대 점유율까지 끌어올린 하이트진로는 전국에서 참이슬 판매 성장세가 가장 높은 지역인 제주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최근 스페셜 에디션 ‘참이슬 제주’를 출시하기도 했다.

기존 참이슬과 맛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돌하르방, 한라산 등 제주를 상징하는 요소들을 활용한 라벨 디자인과 돌하르방 두꺼비 뚜껑을 적용한 것이 특징인데 5~6월에만 한정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소주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첫 스페셜 에디션 출시 지역을 제주로 택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제주소주의 출격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1년 자본금 25억 원으로 설립된 제주소주는 국내 소주시장에 유지돼왔던 ‘1도(道) 1주(酒)’의 전통을 깨고 제2제주지역소주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당초 ‘올레소주’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한라산이 2014년 ‘올래소주’ 상표권에 대한 소유권을 이유로 유사성을 주장하며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홍역을 치렀다.

법원이 한라산의 손을 들어주자 제주소주는 제품을 모두 수거해 ‘올레’를 빼고 ‘제주소주’로 명칭을 바꿔 다시 시장에 나왔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1% 점유율에 그쳤다.

적자행진을 이어가던 제주소주는 결국 2016년 이마트에 소유권을 넘겨주게 됐고, 조간만 새로운 제품과 이름으로 다시 시장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제주소주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이마트는 ‘제주’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제주소주를 한류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제주에서 신규로 지하수 취수 허가권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단순히 해당 자원을 이용한 소주 생산에만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때문에 제주 청정 이미지를 사용하는 이마트가 제주와 어떤 식으로 상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의 소주 삼국지 시대 도래에 대비해 한라산은 최근 일반인 광고모델을 섭외해 소비자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한 ‘진심한잔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매출 증가로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 역시 ‘제주에서 마셔봔마씨?(마셔보셨나요)’ 등의 제주 사투리 포스터로 집중 공략에 나섰지만 지역 상생 노력 없이 이미지만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연 어떤 소주가 도민과 관광객들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아 제주의 소주 삼국지에서 우위에 서게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