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혼듸 살아요] 13. 이재성 재밋섬파크 대표
문화 공간 양성부터 어린이 인프라 확충까지 '도전'

[편집자 주] 제주가 연간 전입자 수 10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이주민들이 제주 곳곳에 스며들면서 제주민들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제주에 애정을 품고 온 이주민들은 더 나은 제주를 위해 ‘나’와 더불어 ‘우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혼듸(함께의 제주말) 제주’를 2017년 대주제로 내건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에 혼듸 살아요’라는 주제로 올 한 해 동안 2주에 한 번씩 이들의 고민을 담아보고자 한다.
 

“제주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요.”

잘나가는 금융맨이던 경상도 사나이가 제주에 마음을 뺏긴 건 2013년부터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제주에 투자를 하면 분명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이재성씨(44·제주시 삼도동)는 2014년 1월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서울서 제주로 떠나왔다.

원도심에 있는 옛 제주아카데미극장을 ‘메가박스 제주’로 거듭나게 한 이씨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본격적인 운영에 나섰다.

극장 일부를 어린이 놀이시설로 개조한 ‘재밋섬’부터 음료와 식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마시썸’, 기념상품을 파는 ‘머시썸’까지 복합문화공간 ‘재밋섬파크’로 몸집을 키우면서 점점 원도심을 찾는 발길이 늘어났다.

스러져가던 옛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으면서 도시 전체로까지 애정이 번진 이씨는 원도심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게 됐다.

◇ "원도심, 새 심장 이식으로 살려내야"
 

풍광에 반해 제주행을 택했다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이씨의 이주 목적은 지극히 계산적이었다. 바로 ‘돈이 될 것 같아서’다.

그런데 직접 운영을 하면서 제주에 애정이 쌓이다보니 이 건물(재밋섬파크)이 단순히 재산의 가치가 아니라 문화 증식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다지 돈이 되지 않는 다양성 영화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비상업적이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는 독립영화부터 시작해 예술영화, 인권영화까지 영화관으로 끌어온 이유는 도민들에게 문화 참여의 기회를 늘려주고 싶어서다.

‘어떻게 하면 원도심에 다시 사람이 올까’를 고민하던 이씨는 제주영화제와 제주프랑스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부담 없이 열릴 수 있게끔 문턱을 낮췄다.

건물주의 재계약 거부로 인해 쫓겨나게 된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를 건물 7층에 옮겨올 수 있도록 허락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토박이들에 비해 인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픈 플랫폼 형식’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 뒤 함께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싶은 바람도 크다.

지난해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문을 열고 인근에 방치돼 있던 옛 제주대학교병원이 예술공간으로 거듭나는 등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이씨는 반색을 표했다.

하지만 관 주도 하에 이뤄지면서 민간과 협업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애석함을 드러냈다. 형식적인 차원이 아니라 진짜 사람들의 발길을 끌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재생은 생명을 가진 유기체가 명확히 있어야 가능한 건데 지금 원도심은 이미 소명을 다했다. 심폐소생술보다는 새로운 심장을 이식해야 할 때”라며 “무조건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정주환경을 제대로 조성해 도시 기능을 회복시킨다면 사람들이 저절로 몰려들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유령 같던 건물에 수십억을 들여 리모델링을 해도 활용도가 떨어지면 소용이 없다. 만들어만 놓지 말고 밤늦게까지 도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불을 켜둬야 도시가 살아날 수 있다”면서 원도심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 "아이가 즐거워야 부모도 즐거우니까"
 

이씨가 제주에 와서 안타까움을 느낀 또 하나는 아이들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순 영화관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관 9개관 중 3개관을 헐어 회전목마, 미니바이킹, 범퍼카 등을 갖춘 실내놀이공원으로 조성한 이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형극과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나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결합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마무리 작업 중에 있으며,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 안내하기 위해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도 제작했다.

최근에는 유모차와 카시트, 렌터카를 한 번에 빌릴 수 있는 ‘제주아이렌트카’ 문도 열었다. 이를 통해 자녀와 함께 온 관광객들이 보다 편하고 즐겁게 제주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씨는 “아이가 행복해야 부모도 함께 즐거울 수 있다”며 “사물이나 현상을 볼 때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이 있다면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들이 보이면 바로 실천에 옮기고 이 과정에서는 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요성을 알면서도 그대로 두고 보기만 했던 일들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이씨는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는 모델을 갖춰 보급시키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쌓은 경험과 전폭적으로 믿고 지지해주는 투자자들이 함께 하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이씨는 말한다.

고향 부산에서 20년, 서울에서 20년을 살고 온 이씨는 “앞으로 20년간은 제주에서 보낼 생각인데 이제 4년이 흘렀다. 남은 16년이 무척 기대된다”며 “하루를 살더라도 내가 몸담고 있는 제주가 성장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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