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제주도UP]9.혼디모아
농사일 작은 불편 해결한 장치 개발해 기업까지 설립

[편집자 주] 바야흐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전성시대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스타트업들이 제주에 뿌리를 내리면서 제주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뉴스1 제주본부는 매주 화요일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명수야 농약통 좀 들어라."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적부터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운 '혼디모아' 강명수 대표(44)가 그 시절 가장 듣기 싫은 말이었다.

농민들이 농약통에서 호스로 농약을 뽑아 쓰다보면 밑바닥에 빨려들어가지 않은 농약이 남는다.

이 농약을 깔끔하게 다 쓰려면 한 두명이 농약통 한쪽을 들어서 기울여야 한다.

어린시절 아버지를 도와 자신의 키만한 큰 농약통을 낑낑거리며 들어올려야 했던 강 대표의 머릿 속에는 "더 편한 방법이 없을까"란 생각이 맴돌았다.

수십년이나 지나 타향살이를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강 대표. 귀농생활의 기대감도 잠시였다. 그의 앞에는 그토록 싫어했던 농약통이 떡하니 서있었다.

그러나 강 대표는 더 이상 농약통만 보면 울상을 짓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강 대표는 집에 틀어박혀 '더 편한 방법'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3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16년 드디어 농약수위조절장치를 세상에 선보인다.

농약통을 올려놓으면 동력이나 별다른 조작이 없어도 무게가 점점 줄어들면서 농약통 한쪽을 자동으로 들어올리는 장치다.

농약통에 담긴 농약을 모두 쓸수있고 세척도 편해 농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장치를 개발하면서 용접기를 난생 처음 잡아봤다는 강 대표는 발명이나 기계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처음에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원시적인 장치에서 현재의 완성품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강 대표는 "농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설명 조차 어려운 장치지만 농약통을 들어올리는 불편함을 잘 아는 농민들에게 보여주면 손뼉을 치며 공감하더라"고 말했다.

강 대표의 농약수위조절장치는 2015년 11월 제주도와 특허청이 주최한 도민발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다.

주변의 호평에 자신감을 얻은 강 대표는 2016년 7월 기업 '혼디모아'를 설립한다.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농사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개발한 이 장치가 그에게 인생 2막을 열어준 것이다.

최근 직원 1명을 채용한 혼디모아는 지금까지 강 대표 1인 기업이었다. 공장에서 자동화 작업을 하긴 하지만 여전히 강 대표가 일일이 공을 들여 손을 대야 제품이 완성된다.

혼디모아는 농약수위조절장치를 발판 삼아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현재 적정량의 농약을 공급하는 기계와 와이어를 이용해 농작물에 농업용수와 농약을 살포하는 장치 등을 개발 중이다.

강 대표는 "한걸음 한걸음 현실을 향해 노력해 왔고 그 기술들이 농민의 삶과 더불어 우리모두의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 낼것"이라며 "게임을 하듯 도시생활을 하면서도 농업에 참여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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