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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얻은 또 다른 생(生)…이제 '상생' 꿈꿔요"[제주에 혼듸 살아요] 17. 김봉희 봉쉡 대표
부동산값 폭등·과한 광고비에 난감…살아남을 방안 강구
  •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승인 2017.08.1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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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제주가 연간 전입자 수 10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이주민들이 제주 곳곳에 스며들면서 제주민들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제주에 애정을 품고 온 이주민들은 더 나은 제주를 위해 ‘나’와 더불어 ‘우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혼듸(함께의 제주말) 제주’를 2017년 대주제로 내건 뉴스1 제주본부는 ‘제주에 혼듸 살아요’라는 주제로 올 한 해 동안 2주에 한 번씩 이들의 고민을 담아보고자 한다.
 

김봉희 봉쉡 대표가 지난 17일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8.18/뉴스1 © News1

“또 다른 생(生)을 얻은 제주에서 상생(相生)을 꿈꿔요.”

결혼식을 3주 앞두고 암 선고를 받은 김봉희씨(43)는 간신히 결혼식만 치른 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아내와 제주로 내려왔다.

서울에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과장으로 근무하며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김씨이기에 허탈함은 더했다.

‘좋은 직장’, ‘승진’, ‘연봉’에 삶의 잣대를 두고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엔 행복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죽음’의 위기 앞에서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제주 전역을 떠돌며 오름과 올레길, 바다로부터 몸과 마음을 치유받기 시작한 김씨는 2013년 직장을 관두고 제주시 월정리 바다 앞에 ‘봉쉡’이라는 작은 식당 겸 카페를 열었다.

순조로울 것만 같던 제주에서의 삶도 잠시, 5년이 흐른 2017년 그는 여전히 몸과 마음이 아프다고 호소하고 있다.

◇ 부동산값 폭등 때문에 쫓겨나는 사람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풍경. 2017.4.30/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처음 생긴 종양은 무사히 제거됐지만 또 다른 곳에서 종양이 발견되면서 치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그가 몸보다 더 아픈 건 마음이다.

서울에서 살았던 치열함으로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제주에서의 삶은 미친 듯이 뛰어버린 ‘부동산값’으로 인해 삐거덕거리게 됐다.

한적했던 월정리 바다 앞은 불과 2~3년 만에 수백 개의 카페와 식당으로 뒤덮였고, 말도 안 되게 뛰어버린 임대료로 인해 하나 둘 쫓겨나는 상인들이 생겨났다.

연세(1년) 500만원짜리 집은 2년새 1000만원까지 올랐다. 한 달 월세가 약 100만원에 이르자 왜 진작 집을 사두지 않았는지 후회스럽기도 했다.

김씨는 “갑자기 땅값이 뛰고 장사가 잘 되자 계약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주인이 직접 하겠다며 쫓아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건물 가치를 키워놓은 것에 대한 인정을 받고 권리금이라도 챙겨 나가면 다행인데 그걸 왜 세입자가 가지고 나가냐는 식”이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김씨의 경우 임대료를 5배 올리는 선에서 계약을 연장했지만, 아내는 태어난 아이와의 앞으로의 삶을 위해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바랐다.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진 김씨는 시내 주택가에 해물칼국수집을 차려보기도 하고, 한라산에 가는 길목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기도 했지만 외부요인으로 인해 자꾸 사업이 엎어졌다.

건강한 맛에 대한 자심감이 있던 김씨는 올해 초부터 제주시 애월읍에서 ‘봉쉡’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해물한판과 망고주스를 팔기 시작했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지만 ‘봉쉡’이라는 브랜드에 믿음을 갖고 찾아와주는 손님들이 점차 늘고 있어 위로가 된다고 김씨는 말한다.

그는 “주변에서는 내가 엄청나게 부자가 됐다고들 생각하는데 리모델링을 하며 진 빚과 임대료, 유지비, 직원들 월급을 빼고 나면 남는 게 많지 않다”며 “정부가 8·2부동산대책을 마련한 의지를 갖고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정비해준다면 세입자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랐다.

허름한 공간에 ‘가치’를 입혀 사람들이 찾아들도록 하는 힘이 있는 김씨는 “건물의 가치를 키워놓은 사람들을 존중해주는 문화와 법제도가 제대로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숨겨진 알짜 콘텐츠 알려 제주관광 질 높여야"
 

김봉희 봉쉡 대표가 17일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17.08.18/뉴스1 © News1 안서연 기자

김씨의 요즘 최대 고민은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손님이 들어오는 시대는 갔기 때문에 적극적인 바이럴마케팅(블로그나 카페, SNS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정보를 제공해 기업의 신뢰도 및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구매 욕구를 자극시키는 마케팅 방식)이 필요하지만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럴마케팅 전문회사나 포털사이트, 파워블로거 등에 수백만원에 이르는 광고비를 건네야만 손님을 끌어올 수 있는 생태계 속에서 제아무리 홀로 고군분투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게 김씨의 토로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월급을 주고 숙소·출퇴근·자기계발(헬스·학원·도서) 지원 등 현재보다 더 나은 복지환경을 갖춰주고 싶지만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이상에그쳐버리기 때문에 김씨는 스스로 마케팅 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김씨는 “과도한 광고비를 지불하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해 SNS 활용 광고 수업도 듣고 블로그 체험단도 직접 모집해봤다”며 “음식에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과대광고를 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건 지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서히 노력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자 김씨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업체들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그는 “블로그만 믿고 갔다가 맛없는 음식에 실망하고 돌아가는 관광객들이 많은데 큰 업체들의 과도한 광고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쟁이 쉽지 않다”며 “제주 관광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진짜 좋은데 알려지지 않은 콘텐츠를 홍보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는 좋지만 홍보 전략이 부족한 상가들을 알리기 위해 포털사이트 카페를 비롯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페이지를 제작하겠다는 전략이다.

콘텐츠에 스토리를 입히고 사진을 찍는 등 여러 작업들이 필요하지만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숨겨진 제주 알짜 콘텐츠 알리기’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김씨는 “맛있는데 값이 너무 싸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곳들에 많은 사람들이 갔으면 좋겠다”며 “개미들은 뭉쳐야 산다. 협력하고 상생한다면 제주의 관광 콘텐츠도 풍부해지고 골고루 잘사는 제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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