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시외버스 모두 시내버스로
환승 불편에 안내 부족…입주상인·택시업계도 우려

30년 만에 제주지역 대중교통 체계가 개편된 첫 날인 26일 오전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

기존 시외버스를 이용하려던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대체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터미널을 기종점으로 하던 시외버스가 모두 시내버스로 전환되면서 전체 노선이 바뀐데다, 당초 구간요금제가 적용됐던 요금체계도 시내버스 요금인 1200원으로 단일화됐기 때문이다.

일부 읍·면 농촌 어르신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소란을 벌이기도 했다. 짧아진 노선에 한두 차례 환승을 거쳐야 하는 등 귀갓길이 불편해 진 데다 이에 대한 안내도 미흡해서다.

버스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손모씨(64·여·용담1동)는 "안내판에 종점과 출발시간만 적혀 있어 구체적으로 버스가 어디를 지나가는지 도통 모르겠다"며 "여기 저기 물어봐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는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이날 혼선이 예상되는 도내 버스정류장 500여 곳에 공무원을 배치시켜 바뀐 버스 노선과 요금체계를 안내토록 했다.

그러나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은 예외였다.

사실상 시외버스의 시내버스화로 매표소 운영 등 시외버스터미널의 주된 기능은 무의미해졌지만, 지난 1978년부터 40년간 터미널을 이용해 온 이용객들이 관성적으로 매표소로 몰려들면서 터미널 직원 차원의 대응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터미널 측은 "행정으로부터 어떠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관련 협의 과정도 없었다"며 행정의 무책임한 태도를 문제삼기도 했다.

그러나 도 관계자는 "터미널 사업자에게는 버스 노선 안내 등의 서비스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개편 첫 날부터 이용객들의 불편을 두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터미널에 입주한 상인들과 개인택시 업계의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기존 시외버스 노선인 동일주로, 번영로, 비자림로, 5·16도로 등을 운행하는 급행버스 12대 중 8대가 공항에서 출발하면서 터미널 내 개별 관광객이 줄고, 택시 장거리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터미널 입주 상인 김모씨(50)는 "대부분 터미널에서 20~30년 간 일해 온 영세업자들"이라며 "앞으로 터미널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까봐 하나 같이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11년차 택시운전사인 차모씨(55)는 "(이번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도민 입장에서는 참 반가운 일이지만, 한 가정의 가장 입장에서는 참 슬픈 일이기도 하다"면서 "단거리 손님 만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도는 이번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기존 시외버스터미널에 대한 기능 전환과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추후 시설적인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다만 개편에 따른 생계 우려에 대해서는 업계의 자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이용객 유입 여부는 업계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많은 대중교통 이용객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 머무를 수 있다면 시설적인 부분은 행정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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