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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똥물 먹고 살았다니"…가축분뇨 범벅 용암동굴에 제주 주민들 분통'숨골'에 분뇨 무단방류 축산업자 적발로 드러나
  •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승인 2017.08.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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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한 폐 채석장에서 발견된 용암동굴 주변이 인근 양돈장에서 무단방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축분뇨가 고여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2017.8.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우리가 수십 년간 이 똥물을 먹고 살았을 수도 있다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죠.”

29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의 한 폐채석장에서 만난 고승범 상명리장은 축산폐수가 흘러나온 용암동굴을 가리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고 이장이 가리킨 곳에는 높이 8m, 너비 6m가량에 이르는 동굴 입구가 있었고, 바닥에는 악취를 내뿜는 폐수와 시꺼먼 가축분뇨 찌꺼기들이 뒤엉켜 있었다.

지표면에 모인 빗물로 지하수를 만들어주는 '숨골'에 가축분뇨를 무단으로 방류한 양돈업자들이 자치경찰단에 적발된 지 한 달여 만에 더 참혹한 현장이 드러나 있었다.

◇ '분뇨 찌꺼기·돼지털' 오염된 채 발견된 용암동굴
 

29일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한 폐 채석장에서 발견된 용암동굴 주변이 인근 양돈장에서 무단방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축분뇨가 고여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2017.8.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지난 26일 가축분뇨 유통경로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용암동굴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세계자연유산본부는 이날 안전모를 착용한 채 길이가 70m가량 드러난 현장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었다.

전용문 세계자연유산본부 박사는 “문화재청에 보고하기 전에 사전답사를 위해 찾은 것”이라며 “동굴 안에 종유석이 있고 용암이 흘렀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용암동굴이 맞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전 박사는 이어 “원래 한림지역은 용암동굴이 많기 때문에 동굴이 발견되는 건 일어날 법한 일”이라며 “기존 알려진 동굴들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도 있어서 어느 연장선에 있는 지 앞으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견된 동굴로부터 1.68㎞ 떨어진 곳에는 천연기념물 제236호로 지정된 소천굴을 비롯해 협재굴, 황금굴, 협재굴과 이어진 쌍룡굴 등이 있고 이외에 많은 가지굴들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통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 박사의 추측이다.

악취를 참으며 동굴 안쪽으로 둘러보고 나온 변성훈 세계자연유산본부 주무관은 “용암동굴 형태로 보이는 생성물들이 있긴 하지만 오염물이 많아서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며 “육안으로 봤을 때는 축산분뇨 찌꺼기들이 오랜 시간 축적돼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굴 안쪽 바닥에는 분뇨 찌꺼기들이 마치 진흙처럼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사이사이 박힌 돼지털들이 눈에 띄었다.

◇ "수십년간 똥물을 먹었다니"…한림 주민들 ‘분통’
 

29일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한 폐 채석장에서 발견된 용암동굴 주변이 인근 양돈장에서 무단방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축분뇨가 고여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2017.8.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세계자연유산본부의 조사를 지켜보던 고 이장은 “7월 중순쯤 이곳을 지나던 주민이 악취가 난다고 해서 와보니 축산폐수가 고여 있었다”며 “누가 차에 싣고 와서 버린 줄로만 알았지 땅에서 올라오는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때마침 비양심적인 양돈농가의 행태를 쫓던 자치경찰단과 제주시청은 중장비를 동원해 악취가 진동하는 채석장 바닥을 파기 시작했고, 작업에 돌입한 지 이틀만인 지난 26일 지하 20m 지점에서 가축분뇨로 오염된 용암동굴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광경을 지켜본 고 이장은 “여기는 해발 120m인데 180m 높이에 양돈농가가 13곳이나 된다. 위에서 방출한 가축분뇨가 여기까지 침투됐다고 보면 된다”며 “돈사가 지어진 게 2000년도인 점과 엄청나게 쌓인 찌꺼기 양으로 봐서는 최소 10년 이상 지속된 것 같다”고 바라봤다.

이 구간의 숨골을 타고 간 지하수가 오염되면서 한림읍 주민들의 생활용수에까지 피해를 미쳤다는 게 고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주장이다.

채석장 인근에 사는 상명리 주민 김정훈씨(38)는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창문을 못 열 정도로 악취가 심했는데 농가에서 새어나오는 줄로만 알았지 땅속부터 올라오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아내가 임신 3개월인데 과연 이 마을에서 씻고 물을 마시며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혀를 끌끌 차던 홍석호 한림읍 이장단협의회 회장 역시 “한림 사람들이 여태 이 똥물을 먹고 살았다고 생각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정작 양돈농가 주인 대부분은 여기에 사업장만 두고 시내에 사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들이 먹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홍 회장은 한림읍 21개 마을과 자생단체들이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비양심 양돈농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한편 향후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자치경찰단은 고지대에 위치한 13개 농장(상명리·금악리·명월리)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 사육두수와 분뇨 발생량 대비 재활용 업체 수거량 차이가 많이 나는 6개 농장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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