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이제 좀 안심이 됩니다."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정규대회 CJ컵 @ 나인브릿지(총상금 925만달러)의 운영총괄을 맡은 경욱호 CJ 마케팅 부사장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걱정도 많았지만, 날씨부터 갤러리, 선수들의 경기력까지 모든 것이 안정적이었다"면서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9일부터 나흘간 제주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파72·7196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CJ컵 @ 나인브릿지가 22일 막을 내렸다. 초대 챔피언은 세계랭킹 4위 저스틴 토마스(미국)의 몫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CJ가 국내 최초로 PGA 정규대회를 연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PGA투어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자체로도 놀라움이었지만, 한화 100억원이 넘는 총상금 규모와 10년에 달하는 계약 기간 등 그 스케일이 상당했기에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메이저대회와 WGC 시리즈 대회를 제외한 일반 PGA투어의 경우 총상금 규모가 700만달러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일 대회 스폰서로 10년간의 장기계약을 맺는 일 또한 흔한 일은 아니다.

CJ컵 개최가 성사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경 부사장은 "대회 유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 한국 남자 골프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KPGA 측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공통의 목표는 남자골프의 발전이었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아는 방법, 검증된 방법으로 발전을 도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CJ는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국내 최초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인 CJ 나인브릿지 클래식을 개최했다.

경 부사장은 "15년 전만 해도 한국 여자골프는 세계골프의 중심이 아니었다. 그 때 이 대회를 계기로 해서 '박세리 키즈'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에도 이 대회를 시작으로 남자골프의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확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수익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 부사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사회공헌의 한 측면이기도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마냥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PGA 대회 개최가 CJ가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잡는 중요한 마케팅 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투자에 대한 수익을 이야기 할 때 사실은 무형적인 것이 더 큰 가치다. 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관심 속에 열린 CJ컵 초대 대회는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나흘동안 3만5000여명의 갤러리들이 방문했다. 주중에 열린 1~2라운드에도 5000명 이상의 갤러리들이 찾아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물론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일부 갤러리들의 사진 촬영이 선수들의 경기에 지장을 주기도 했고, 스낵바 등 갤러리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포털사이트와 중계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경 부사장 역시 이러한 점을 인정했다. 그는 "미흡하고 불안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분명 만족스러운 첫 시작이었지만 최선의 해답을 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운영에 있어서는 지속적으로 여러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촬영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대회 전부터 PGA 측과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었다. 반입을 금지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갤러리들의 편의를 선택했다"면서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큰 대회를 경험할 기회가 많아질 수록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상 처음으로 열린 PGA 정규대회 CJ컵 @ 나인브릿지. 많은 주목 속에 치러진 첫 대회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성공적인 첫 발을 뗐다. CJ컵이 남자골프의 르네상스를 이끌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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