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특성화고, 인재여 오라] 10·끝. 에필로그

[편집자주] 제주지역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률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양하고 안정적인 양질의 취업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뉴스1제주는 10회에 걸쳐 '웰컴 특성화고, 인재여 오라'를 주제로 고졸취업 성공시대 실현을 위한 사회 각계의 노력과 특성화고 졸업자들의 취업 이야기를 소개한다.
 

뚜렷한 목표 의식과 배우고자 하는 열정, 주어진 일에 대한 성실함.

지난 두 달 동안 만난 제주지역 특성화고 졸업 취업자들의 한결 같은 공통점이다. 물론 저마다 서 있는 곳은 달랐지만 해 보겠다는 다부진 눈빛 만은 같았다.

일찍이 진로·적성을 찾아 3년간 좋아서 하는 '진짜 공부'를 해 온 이들은 열아홉 어린 나이에 사회에 나가서도 결코 주눅들지 않았다.

이들은 거침이 없었다.

NH농협은행 노형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오아현 계장(23·여)은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11년 여름, 교복을 입고 7급 채용 면접에 임했다고 했다. 당시 경쟁률은 46대 1. 면접 후 그는 제주 최초의 '고졸행원'이 됐다. 높은 내신성적과 다양한 자격증으로 성실함을 인정받은 그였다.

올해로 입사 7년차가 된 오 계장은 지난 2월 사내에 '특성화고 취업지원 멘토단'을 꾸리고, 단장을 맡으며 특성화고생을 대상으로 활발한 멘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생산총괄 충진1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안준형씨(20)는 한림공업고등학교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준비하는 산업기사 자격까지 일찌감치 취득한 그였다.

안씨는 고3 때 제주개발공사 공채에 지원했다가 한 차례 떨어져 낙심하기도 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6개월 뒤 다시 지원해 당당히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인터뷰 당시 '생산 설비 오퍼레이터'가 되고 싶다던 그의 얼굴이 여전히 선명하다.
 

이 같은 사례는 사실상 제주지역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학벌이나 스펙 만을 따졌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고졸에 대한 편견 없이 직무에 대한 이해도와 직무수행에 적합한 능력을 살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물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작용하기도 했겠지만, 인터뷰를 하며 만난 제주지역 기업들은 대체로 고졸자를 꾸준히 채용해 왔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 채용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었다.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보타리에너지㈜는 2014년 고졸자 4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2명, 2016년 3명에 이어 올해도 3명을 채용했다.

김홍삼 보타리에너지 대표는 "기술 선진국인 독일처럼 젊은이들이 대학 진학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전문 기술을 익혀 도제(徒弟·기술인재)로 성장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고졸 채용에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개점 22주년을 맞은 헤어스케치는 6년 전부터 매년 고졸 예정자를 1~2명씩 채용해 왔다. 이에 김기홍 헤어스케치 본부장은 "2018년부터는 10호점을 목표로 분점을 확대하며 채용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4년 2월 문을 연 위(We)호텔은 최근 1년새 전 직원의 10% 수준인 9명의 고졸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특히 위호텔은 제주한라대와 연계한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함으로써 '고졸 호텔리어'를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제주지역 곳곳에서 이 같은 의미 있는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지역사회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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