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학교체육] 10. 학교스포츠클럽 우수사례
제주중앙여고 치어리딩 '제스트'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속적으로 지킬 수 있는 정책과 시스템 마련이 전방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역시 '건강과 안전이 있는 학교 환경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생존수영교육과 학교스포츠클럽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총 10차례에 걸쳐 체육교육 현장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제주중앙여고 2학년 유도경 학생은 몸치였다. 머리는 분명 왼쪽 팔을 흔들라고 하는데 자꾸 오른쪽 팔이 따라왔다.

운동에 소질이 없었고 체력도 약한 유양이 치어리딩을 접한 것은 1학년이던 2016년 봄이다.

동아리 선택을 고민하던 유양은 중앙여고 치어리딩 동아리 '제스트(ZEST:열정)' 선배들의 화려한 동작과 절도있는 안무를 본 순간 속으로 "바로 이거야"하고 외쳤다.

몸치 유양은 겁도없이 선배들이 심사하는 동아리 면접에 도전, 열정과 인성을 인정받아 제스트 18기에 합격했다.

합격은 했지만 치어리딩의 화려함 뒤에는 고된 연습과 잦은 부상이 기다리고 있다. 유양은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집으로 가면 엄마 앞에서 안무 연습과 체력 훈련에 매진했다.

몸치 유도경은 이제는 제스트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몸이 가벼운 유양은 피라미드(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몸을 타고 위에 올라가는 기술)에서 맨 위에 오르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유양은 "치어리딩을 알고 나서 체력뿐만 아니라 성격도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웃었다.
 

'제스트'는 19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학교 동아리에서 출발해 이제는 지역 행사의 단골손님이다.

스포츠 경기를 응원 보다는 선생님과 가족, 삶에 지친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응원 대상이다.

제9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치어리딩 대회 2위, 제주 유나이티드 청소년 동아리 페스티벌 1등, 동아리 대전 대상 등 입상 실적을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2016년에는 '아시아 오픈& 아시아 유스 치어리딩 챔피언십' 고등부팀에 참가해 국제대회 경력도 쌓았다. 현재는 올해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연습에 여념이 없다.

마땅한 연습실이 없어 때로는 교실에서, 때로는 한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훈련해 얻은 결과물이다. 1학년과 2학년 15명이 모인 제스트는 음악 선곡부터 안무까지 멤버들이 직접 구성하는 학생들이 주인인 동아리다.

치어리딩은 흔히 스포츠 경기의 응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스포츠다.

쉴새없이 크고 작은 동작을 반복하는 치어리딩은 체력 소모가 크고 가벼운 몸을 유지하기 위해 체중 조절도 필요하다.

특히 스턴트 치어리딩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철렁하게 하는 고난도 기술을 사용해 동료들간의 신뢰없이는 불가능하다. 제스트 맴버들의 우정이 끈끈한 이유다.
 

멤버들은 몸 곳곳이 멍과 상처 투성이라고 하소연하면서도 한편으로 영광의 상처를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다.

치어리딩을 하다 다쳐 상처를 꿰맨적이 있다는 2학년 김수현양은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남들 앞에 설 수 있는 자신감을 길렀다"며 "상대를 밟고 위에 오르다 떨어지고, 떨어지는 사람에 부딪혀 다치기도 해 무서운 생각이 전혀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나를 믿고 내가 믿는 친구와 후배들의 눈빛을 보면 안심이 된다"며 동료들에게 신뢰를 보냈다.

제스트의 든든한 지원군 김희연 교사는 "치어리딩은 성실함과 멤버들의 단합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스포츠"라며 "운동을 제대로 배워본적이 없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어려운 기술을 척척해내는 걸 보면 놀랍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제스트 단장인 2학년 김유리양은 "나름 다른 공연을 보여주려고 준비를 많이 했는데 '저번과 똑같네'라는 말을 들으면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심정으로 연습에 몰두한다"며 "어릴 때부터 춤추는 것을 좋아해 치어리딩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장래희망도 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