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시신을 코앞에 놓고도 25시간이 넘게 헤매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주변에 대한 간단한 탐문이나 수색만 했어도 살인 용의자가 제주를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3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26·여‧관광객)는 지난 7일 오전 8시30분쯤 제주에 도착한 뒤 해당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했으며, 이날 밤 파티에 참여한 이후로 8일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지난 9일 오후 5시30분 항공편으로 돌아갈 예정이던 A씨가 돌아오지 않자 A씨의 가족은 10일 오전 10시45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문제는 8일부터 연락이 두절돼 실종신고 시점까지 사흘째가 됐는데도 경찰이 타살 등 범행 가능성보다 단순 실종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10일 오후 1시10분쯤 해당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해 내·외부를 살펴본 뒤 오후 2시쯤 관리자인 한씨와 면담을 가졌다.

당시 한씨는 A씨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태연하게 “모른다”고 답했다.

이후 수색에 나선 경찰은 실종신고가 접수된지 약 25시간 만인 지난 11일 낮 12시20분쯤에야 게스트하우스로부터 5m 가량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폐가에서 목이 졸린 채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했다.

사건 초기 게스트하우스로부터 500m 떨어진 지점에서 A씨의 렌터카를 찾았는데도 고작 5m가량 떨어진 폐가에 대한 수색은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 경찰은 지난 10일 광역수사대와 기동대 등 60~70명, 이튿날인 11일에는 약 200명의 경찰이 수색에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제서야 경찰은 한씨의 진술과 행적에 모순점을 발견하고 범죄 경력을 조사했으며, 한씨가 준강간 혐의로 기소돼 제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가 오후 7시30분쯤이다.

경찰은 한씨가 실종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연락을 취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한씨는 이날 오후 8시35분 제주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육지로 도주했다.

이때까지 공항과 항만에 검문검색 강화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도주하던 한씨는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쇼핑까지 한 뒤 비행기에 탑승, 유유히 김포공항을 빠져나갔다.

범인에게 도주할 시간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당시에는 범죄 혐의점이 정확하지 않아서 한씨를 특정해서 수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의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번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한씨는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도주해 버렸다.

경찰은 10일 오후부터 한씨가 연락이 두절된 점 등에 비춰 한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부랴부랴 육지에 올라가 검거작업에 나섰지만 13일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평창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범죄로 인해 국민 불안감이 가중되는 점을 고려해 13일 오후 3시를 기해 한씨의 신원을 공개수배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중임에도 이런 강력범죄로 인해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 대비 차원에서 신속히 검거하기 위해 공개수배로 전환하게 됐다”며 “향후 수사는 국민 여러분들의 제보와 전 경찰력을 동원한 공조수사로 최단 시일내로 검거해 국민들의 불안을 안정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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