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는 '인물론'을 내세운 무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54)와 '문재인 마케팅'을 내세운 민주당 후보 간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14일 기준 제주지사 선거 후보군은 현직인 원 지사와 현재 경선 중인 민주당 김우남(63)·문대림 예비후보(52), 자유한국당 김방훈 예비후보(63), 녹색당 고은영 예비후보(32·여) 등 모두 5명이다.

민주당이 15일 오후 경선 결과에 따라 최종 후보를 결정하고, 바른미래당이 원 지사의 탈당 여파를 수습해 후보를 낼 경우 제주지사 선거는 최대 5파전으로 치러지게 된다.

우선 원 지사는 지난 10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하며 사실상 무소속 출마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개혁정치의 뜻을 현재 정당구조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탈당 배경을 밝혔다. 선거를 염두에 둔 탈당은 아니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야권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원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은 승부수로 읽힌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는 바른미래당에 대해 "2등 싸움을 하기 위한 급한 합당", 한국당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존립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하며 배수진을 쳤다. 선거 후 야권 연대에 군불을 지피며 세 확산을 노리는 모습이다.

더욱이 인물론을 내세운 무소속 출마는 소위 '정당 보다 궨당(眷黨·혈연·지연·학연을 일컫는 제주어)'로 불리는 제주지사 선거에 당장 유리한 점도 있다.

실제 2002년·2004년(보궐)·2014년 선거를 제외하고 총 7번의 선거 중 4번의 선거에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고, 이 가운데 당선된 후보가 3명이나 된다.

현재 원 지사는 출마선언 시기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소속이었던 원 지사에게 60%라는 득표율을 내주며 석패했던 민주당은 김우남 예비후보와 문대림 예비후보를 내세워 지난 13일부터 내부 경선 중이다.

제17·18·19대 3선 국회의원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제주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김 예비후보는 18년 간의 정치경험을 바탕으로 청렴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문 예비후보는 최연소 제주도의회 의장을 역임하고, 지난 대선 후 7개월 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강조하며 젊은 정치인, 친문 정치인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후보간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현재 두 후보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도를 활용한 '문재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

이는 원 지사 등을 상대로 한 본선 과정에서도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경선 과정에서 후보간 비방으로 드러난 도덕성 문제, 당원명부 유출 논란 등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15일 오후 7~8시쯤 경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당에서는 지난 40년간 공직생활을 해 온 김방훈 예비후보를 제주지사 후보로 내세웠다.

1973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제주도 도시건설본부장과 기획관리실장, 제주시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원 지사와 함께 새누리당 경선 후보로 경쟁했고, 2015년 도 정무부지사에 취임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지난해 6월20일 퇴임한 그는 같은 해 8월 한국당으로 복당, 출마 직전까지 제주도당 위원장을 지냈다.

제주 정당 중 가장 먼저 경선에 돌입했던 녹색당은 고은영 예비후보를 내세웠다.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서울과 제주 두 곳에만 후보를 냈다.

제주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냈던 고 예비후보는 제주 최초의 여성·청년·이주민 제주지사 후보인 점을 강조하며 활발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원 지사의 탈당 여파를 수습 중인 바른미래당에서는 장성철 제주도당 위원장을 후보로 낼 수 있어 제주지사 선거는 최대 5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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