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는 14일 0시 기준 현재 71.15%의 개표율을 보이고 있는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39.4%의 득표율을 기록, 원희룡 당선인(52.4%)과 13%p차로 사실상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70%대의 높은 국정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북미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호재 속 17대 총선 이후 4연속 3개 선거구를 석권하고 있는 '텃밭' 제주에서의 패배라 더욱 뼈아프다.
민주당은 지난 4월 당내 경선에서 김우남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누른 문 후보를 제주도지사 후보로 내세웠다. 젊은 친문 정치인 이미지가 주효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제기됐던 ㈜제주유리의성 주식 은폐, 제주 송악산 부동산 투기, 석사학위 논문 표절, 당원명부 유출 등의 의혹을 잠재우지 못한 채 본선에 나서야 했다. 김 전 최고위원 측이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선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 후보는 본선에서도 원희룡 무소속 제주도지사 후보 등 상대 후보로부터 부동산 개발회사 부회장 역임, 타미우스 골프장 명예회원권 이용 등의 공격을 받으며 진위를 떠나 도덕성에 큰 흠결을 남겼다.
여기에 문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기간 소위 문재인 마케팅과 네거티브 전략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민주당 표가 대거 이탈한 것이 패인으로 풀이된다.
2006년 선거 당시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에서는 진철훈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을 제주도지사 후보로 내세웠으나 3위에 그쳤다.
재선에 나선 김태환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려 했으나 당내 반발로 무산되면서 결국 무소속을 선택, 현명관 한나라당 후보와 접전 끝에 최종 당선됐다.
민주당은 2010년 선거에서 고희범 전 한겨례 사장을 제주도지사 후보로 냈지만 또다시 3위에 머물러야 했다.
정치계에 복귀한 우근민 전 지사가 3선 도전을 앞두고 민주당에 복당했으나 성희롱 전력 문제로 공천에서 배제돼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 현명관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두 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에서 거절당한 후보들이 민주당에게 패배를 안겨준 셈이다.
2014년 선거 때는 세대교체론을 내세운 원희룡에 맞서 신구범 전 지사가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지사 후보로 나섰지만 크게 패배했다.
여기에 이번 선거까지 패배로 귀결되면서 최근 적폐청산 전략을 구사해 온 민주당은 예상치 못한 골머리를 앓게 됐다. 다만 전국적인 민주당 바람으로 민주당 도의원 후보들의 도의회 대거 입성이 예상되는 점에선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이다.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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