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를 내세운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서로 다른 셈법으로 설전을 벌이고 있다.

11일 오후 열린 제362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는 개회사에 나선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과 인사말에 나선 원희룡 제주도지사 간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김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최근 원 지사의 행정시장(제주시장·서귀포시장) 추천 제안에 대해 "상당히 고맙지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행정시장 추천을 위한 선례도 없고, 제도가 미비할 뿐 아니라 특정인을 공식적으로 추천하기가 어렵다"며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는 수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항상 문제로 지적돼 온 선거공신 임용과 회전문 인사는 지양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김 의장은 최근 발표된 도 조직개편안에 대해 "협치의 제도화에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면서도 "도에 협치 제도화 의지가 있는지는 염려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직개편에 앞서 행정고시 변경을 하지 않은 절차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옥상옥(屋上屋) 부서 설치 논란과 인구 밀집 읍·면·동 지역에 대한 대동제(책임읍면동제) 성격의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도는 도의회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관련 조례 제정을 통해 도의회 차원의 인사·조직권 운용 등 협치의 진정성과 실천 방안을 논의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원 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협치와 연정은 시대적 요구이자 흐름"이라며 도의회에 가칭 '상설정책협의회'를 공동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행정시장 추천에 이은 두 번째 제안이다.

원 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제도를 정하기에 따라 행정기구에 대해 자율적인 모델을 실험할 수 있고, 도와 도의회 간 융합형 집행부 구성도 가능하다"며 "협치·연정에 관해 도와 도의회가 기초적인 수준부터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인사·조직·예산·공약·현안에 대해 도의회 회기나 의사결정 절차를 뛰어넘어 보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논의와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도와 도의회 간 가칭 '상설정책협의회'를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도는 이를 위한 실무적 논의에 바로 들어갈 자세가 돼 있다"며 적극적인 실천의지를 피력했다.

김 의장이 개회사에서 자신의 행정시장 추천 제안에 불수용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는 "비공식적인 추천 의견도 수렴하겠다"며 "어떤 과정을 거치든 도민통합, 도민소통, 공직혁신에 맞는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폭넓은 도민 통합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도의회와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며 "도의회의 비판을 공직혁신의 동력으로 삼아 도민의 뜻을 더 깊이 살피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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