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2차례나 무산됐던 제주 행정체제개편이 다시 한번 추진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7일 도청 주간정책회의에서 "행정체제개편 문제는 제주특별자치도 근본 틀에 영향을 준다"며 행정체제개편 논의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행정체제개편은 과거에도 논의를 하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 결론에까지 이르지 못했던 우여곡절의 과정이 있엇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민들에 충분한 논의 참여와 정보공유, 전문적인 분석을 토대로 후회 없고 시행착오 없는 미래를 향한 선택이 이뤄져여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이 끌고 나갈 것이 아니라 도민들의 토론과 여론수렴, 충분한 숙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최근 도와 도의회가 합의한 상설정책 협의회의 안건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행정체제개편이 정치적 계산에 휘말려 진전되지 못하고 또 한번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행정체제개편과 관련해 두번의 도정에서 2차례나 전문가와 주민의견 수렴 등을 거친 상황에서 같은 논의를 반복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민선 5·6기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했다 무산

제주도는 2006년 7월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 등 4개 시·군체제가 사라지고 법인격없는 양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가 있는 광역행정자치체제로 개편됐다.

현 체제는 기존 4개 시·군체제에 비해 행정과 주민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도지사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제왕적 도지사를 낳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행정체제개편이 처음 공론화된 것은 2010년 지방선거다. 당시 행정체제개편을 공약한 민선5기 우근민 지사가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구성해 행정시장 직선제를 골자로 한 행정체제개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법인격없는 행정시장은 기초자치단체 부활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 속에 도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원희룡 지사의 민선 6기 도정에서도 2017년 2월 새로운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꾸렸다.

위원회는 현행 유지, 행정시장 직선,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3가지 안을 놓고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을 거쳐 같은해 6월 다시 한번 행정시장 직선제를 최선의 대안으로 선정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경우 특별자치도 체제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2018년 지방선거에 행정시장 직선제를 적용한다는 목표였으나 이번에는 민주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개헌안 전까지는 논의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또 한번 무산된 전례가 있다.

행정체제개편의 불씨를 다시 살린 것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제11대 제주도의회다. 김태석 의장을 비롯한 도의원들이 잇따라 행정체제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협치를 선언한 원 지사가 수용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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