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들어온 예멘인들의 난민 수용 문제를 놓고 찬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섣부른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슬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송영훈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난민연구센터장은 제주도 주최·제주YWCA 주관으로 26일 오후 제주벤처마루 대강당에서 열린 2018평화아카데미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난민문제와 난민의 문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송 센터장은 2017년 난민신청자 사유를 살펴봤을 때 약 30%(9942명 중 2927명)가 '종교'를 이유로 난민 신청을 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송 센터장은 "많은 이들이 무슬림이 난민신청을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데 무슬림에서 기독교로 개종했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는 살해 위협이 있어 난민신청을 한 경우도 있다"며 "무조건 무슬림으로만 단정 지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가 난민을 꺼려하는 이유로 Δ잠재적 범죄자일지도 모른다는 우려 Δ일자리 잠식 우려 Δ복지비용 과다 지출 우려 등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며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먼저 잠재적 범죄자일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에서든지 불안정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면 당장 쫓겨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범죄 가능성이 낮다"며 "취약한 경우에 있으면 범죄를 할 가능성이 낮다는 실제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에 무슬림이 많은데 젊은이들이 밤을 새도 별 문제가 없다"면서 "무슬림은 주로 밤에 파티 등을 통해 교류하는데 제주에 있는 예멘인들은 혹여라도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질까봐 밤 9시면 숙소에 들어오고 있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대규모 난민이 유입된 사례를 예로 들며 "당시에도 지금처럼 잠재적 범죄자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지만 NGO단체인 굿네이버스와 유엔난민기구가 난민들에게 물건을 살 수 있는 바우처를 주면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언어도 문화도 통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몸으로 할 수 있는 고된 일을 한다. 고급 일자리을 뺏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해외 난민캠프의 경우 물자를 배달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일자리가 생기면서 지역청년들의 실업률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복지비용 과다 지출 우려에 대해서는 "난민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매우 드물고 만약 인정받는다고 해도 일인당 월 43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며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대규모가 빠른 속도로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수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난민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만큼 이날 참석자들은 송 센터장을 향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초등학생 자녀의 부모라고 밝힌 한 여성은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이들이 이슬람이라는 것"이라며 "코란(이슬람 경전)에 아내를 폭행해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에 송 센터장은 "무슬림에 대한 정보가 왜곡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며 "대부분 무슬림하면 IS(이슬람 무장단체)를 떠올리는데 그건 아주 일부의 극단적인 단체로 문명이 아니라 야만이다. 이슬람 전체를 야만적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기독교와 불교에 대한 공부는 가깝게 접해본 적 있지만 이슬람에 대해서는 생소하지 않느냐"며 "예멘뿐 아니라 이란, 터키도 이슬람권인데 이들의 문화, 문명을 공부한다면 편견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제주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한 송 센터장은 "과거 제주에서는 육지 며느리를 들이게 되면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반기지 않았지만 살다보니 서로 익숙해졌다"며 "낯선 존재에 대해 당연히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슬람의 '조혼문화'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민법상 조혼을 못하도록 돼 있는데 이슬람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법과 문화에 대해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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