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찾은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민속 대명절 추석을 맞아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도민들로 붐볐다.

가격을 묻고 에누리(값을 깎는 일)를 하는 고객과 흥정을 하는 상인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구매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다.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이정희씨(55·여)는 "시장조사를 나온건지 물건값을 물어보는 사람은 많은데 실제로 사진 않는다"며 "대목인데 손님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이어 "생선이 작년보다 작고 대체로 10%가량 오른 게 사실"이라며 "제수로 쓰이는 옥돔의 경우 작년에는 1㎏당 4만원이었는데 올해는 5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올 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제주 바다의 수온이 상승해 어획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게 수산시장 상인들의 목소리다.

상인들은 갈치, 한치 등의 해산물을 번쩍 들어보이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으려 애썼지만 지나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비싸다"는 말만 나왔다.
 

농산물가게에서는 가뭄과 태풍으로 인해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아 비싸게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직접 지은 파를 좌판에 내놓은 양모씨(67·여)는 "가뭄에 겨우 버텼는데 태풍이 너무 세서 애들이 맥을 못 췄다"며 "전에는 ㎏당 공판장에 납품했는데 이번엔 물량이 별로 없어서 직접 팔러 나왔다"고 말했다.

양씨는 손질한 대파 10개가량을 2000원에 팔면서 미안한 마음에 2개를 더 얹어줬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아닌 전통시장을 찾은 이유로 이같은 '상인들의 인심'을 꼽았다.

두 손 가득 제수품을 산 박성윤씨(55)는 "작년에 비해 1000~2000원 더 비싼 건 맞지만 에누리도 할 수 있고 덤도 있으니 시장이 대형마트보다 훨씬 낫다"며 "더울 때야 마트로 가겠지만 날씨도 선선하니 시장에서 장볼 만하다"고 말했다.

자주 오일장을 찾는다는 고민자씨(66·여) 역시 "요새는 배추가 아니라 금추"라며 "그나마 마트에 비해 오일장은 상인들의 정이 있어서 한두 개라도 더 끼워주기 때문에 이곳에서 제수품을 다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풍 피해로 인해 흠집이 난 단감은 7개에 5000원인데 반해 크고 성한 녀석들은 같은 개수에 1만원이나했다.

그나마 흠집이 덜한 단감을 고르던 고홍림씨(64)는 "상에 좋은 것을 올리면 좋겠지만 너무 비싸다보니 흠집이 난 녀석들 중 괜찮은 것들로 정성스럽게 골랐다"며 "5일 뒤에 오일장이 또 열리지만 그때는 추석 코앞이라 너무 비싸니 미리 장만을 해두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제주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예측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23만9160원으로 지난해 보다 10.4% 상승했다.

이는 차례상에 각종 과실(6개 품목)과 나물채소류(8), 육란류와 수산물류(7), 가공식품류(5) 등 26개 품목을 올린다는 가정 아래 산출한 금액으로, 무려 18개 품목이 작년 보다 가격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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