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인적쇄신 착수와 동시에 '보수대통합'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한국당 지도부가 통합 성사의 고리 또는 구심점이 될 '잠룡'과 거물급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당에서 최근 제기되는 보수대통합 구상은 이른바 보수야권 '빅텐트'론에 가깝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한국당을 기준으로 좌우에 있는 바른미래당과 태극기부대까지 한 울타리에 끌어모으는 범보수 결집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당이 '반여권연대'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사실상 한국당이 '흡수' 방식으로 추진되는 통합 방식에 타 야당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만큼 야권이 공감하는 문재인 정부 실정·폭주 견제를 명분으로 우선 정부·여당에 대항하는 단일대오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전 총리, 태극기부대의 상징인 대한애국당의 조원진 대표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대상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전국 순회 강연행보의 두번째 일정으로 제주를 방문, 제주대에서 특강을 갖기 전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날 예정이다.

원 지사는 지난 2016년 탄핵정국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에 합류했지만 지난 6월13일 지방선거에서는 바른미래당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시 한국당, 바른미래당을 비롯한 야권은 완패를 당했지만, 원 지사는 제주도지사 연임에 성공해 TK(대구·경북)를 제외한 보수성향 인사 중 유일한 당선자가 되며 이름 값을 올렸다.

김 위원장 등 지도부는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과도 만났거나 만날 예정이다.

차기 보수 대권주자 상위권에 위치해있는 황 전 총리는 지난달 7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 친박계 인사들과 회동하는 등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방송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며 재기를 노리며 워밍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영입전에는 다양한 변수, 장애물이 존재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이들이 혁신·신진 세력이 아닌 '올드보이'들이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치적 상처, 흠집이 있는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이자 탄핵정국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이력이 강점인 동시에 핸디캡으로 지적된다. 현재 인지도는 보수진영 내에서 높지만 확장력엔 한계를 보일 수 있으며, 당내 자기세가 없어 '롱런'하기 힘들 것이란 예측도 벌써부터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시장 재직 당시 소위 '무상급식 주민투표' 정국에서 무리수를 던져 서울시를 박원순 시장과 민주당에 내주며 보수진영이 위기에 처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는 악평이 보수진영내 여전한 모습이다.

또 하나는 이들 중 한국당의 복귀를 달가워하지 않는 인사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특히 원 지사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내일 김 위원장의 제주 방문 면담요청이 있었고, 이에 응할 계획"이라면서도 "무소속 도지사로 도민에게 이미 약속했듯이 중앙정치로부터 한발짝 떨어져 오로지 도정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못박아 만남 전부터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당내 복당파와 잔류파간 앙금이 여전한 상황에서 특정 노선을 견지하는 인사들의 영입문제가 불거질 경우 당내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록체인 민주주의' 연구 참여를 위해 일본 등 최장 1년간 유학길에 오르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게 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바른미래당과 통합·연대 추진의 핵심변수로 지목되는 유승민 전 대표와의 관계설정도 주목된다.

남 전 지사는 현재 향후 정치적행보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김 총장 등 구 바른정당 핵심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만큼 추후 정치행보를 재개할 경우 뒤늦게라도 합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유 전 대표는 '복지부동'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당내 친박계와 유 전 대표의 관계가 '앙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고, 구 바른정당 의원, 복당파들과도 다소 소원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안팎의 '공공의적'으로 몰리고 있지만, 사실상 '셀프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가 끼칠 파장도 큰 변수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시급한 일은 당이 재집권 할수 있는 기반을 새롭게 닦는 일"이라며 재기 신호탄을 쐈다. 이어 17일에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겨냥 "오죽하면 당원도 아닌 분들이 당에 들어와 혁신을 주장하는 상황이 됐다면 이미 그 당은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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