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4·3의 역사 현장에서 평화를 노래하는 학생들이 있다. 북촌초등학교 음악극 동아리 '소리빛깔'이다.

북촌초가 위치한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는 1949년 1월17일 하루에만 300여 명의 주민들이 집단으로 학살당하는 등 모두 418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제주4·3의 최대 피해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북촌초는 가장 큰 학살터로 꼽히는 곳이다.

'소리빛깔'은 올해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이 같은 북촌리의 아픔을 널리 알리고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3월 창단됐다. 목표는 평화를 이야기하는 좋은 창작 음악극을 만드는 것이었다.

북촌초의 경우 지역 특성상 4·3평화·인권교육이 일상화돼 있지만, '소리빛깔' 단원 20명과 담당 김태희 교사는 4·3 유적을 한 번 더 가 보고, 4·3 자료를 한 번 더 살피면서 꼼꼼히 작품을 준비했다.

그렇게 완성된 음악극이 바로 '기억해요! 4월 3일'이다. 70년 전 학살이 있었던 날 어머니와 5살 난 여동생을 하늘로 떠나보낸 북촌초 4학년 학생이 화자다.

첫 무대는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지난 7월21일 제주문예회관에서 열렸던 시민밴드 한라윈드앙상블과의 합동 공연 '4·3 그 이후 치유와 화해의 콘서트'였다.

'소리빛깔'은 제주4·3 희생자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향의 봄'과 '학교 종', '반 달', '가을밤', 애기동백꽃의 노래', '기억해요! 4월3일' 등 모두 6곡을 다채롭게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소리빛깔' 단원들은 당시 공연을 돌아보며 '뿌듯하고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단원 김수안양(12)은 "우리의 무대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분이 계셨는데, 내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며 "앞으로도 예술활동을 하면서 제주4·3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시 독창 무대로 큰 호응을 받았던 허은양(10)도 "엄마가 하늘로 떠났다는 내용이 너무 슬퍼서 공연 직전에 많이 떨기도 했다"면서 "그래도 많은 분들이 감동받았다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소리빛깔'은 오는 23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리는 '2018 제주교육문화예술축제'에도 초청받아 오늘도 연습에 여념이 없다.

북촌초 음악교과 전담교사이기도 한 김 교사는 "예술꽃새싹학교로 지정된 북촌초에서는 소리빛깔이라는 이름 아래 음악극·난타·오카리나·바이올린·중창·디자인 등 다양한 문화예술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공교육 속에서 아이들의 감수성이 풍부해 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 만을 바라보기 보다는 보다 많은 아이들이 문화예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리빛깔이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