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헬기장이 없어서 걱정이 많다.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헬기장을 만들면 논란이 있지 않겠느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회의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한라산에 데려가실 것이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럼 한라산 정상에는 정말 헬기장이 없을까?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 취지는 알 수 없지만 한라산 백록담 부근에는 헬기장이 있다.

이 헬기장은 1997년 설치됐으며 2014년쯤 보수 공사도 거쳤다. 크기는 가로 10m, 세로 15m 규모다.

그러나 이 헬기장은 구조헬기가 주로 이용하고 있어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 같은 유력인사들이 타게 될 VIP용 대형헬기의 이착륙이 가능한지는 별개 문제다.

만약 김 위원장만을 위한 헬기장을 추가로 설치하거나 현재 헬기장을 확장하려면 한라산은 천연기념물이어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의 말처럼 환경훼손 논란이 있을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 방문을 준비 중인 제주도는 현재 헬기장 수준으로도 대형헬기 이착륙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림청 소속 산불진화용 대형헬기도 해당 헬기장을 이용하고 있다.

헬기장이 안되면 헬기의 잇점을 살려 백록담 분화구에서 바로 이착륙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2016년 한라산 연대 등을 밝히기 위한 백록담 시추작업 당시 헬기가 분화구에 착륙한 사례가 있다. 물론 장비 이동 등 시추작업을 고려한 특수한 상황이긴 하다.

남북 정상의 한라산 방문은 단순히 헬기 이착륙이 가능하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경호와 안전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현재 헬기장 위치에서 백록담까지 가려면 데크를 따라 약 900m 정도 걸어서 움직여야 한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자체적인 판단으로는 현 헬기장을 이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남북 정상 방문이 실현되고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설 이후 정치인들의 등반도 잇따르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오는 10일 관계 공무원들과 함께 직접 백록담에 올라 현장을 살필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오는 17일 서울-제주균형발전위원회 회원들과 함께 한라산을 오를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낙선한 뒤인 2013년 5월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백록담에 오른적이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