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정부의 경제정책 유산 중 하나인 '제주창조경제혁신 제2센터'가 문을 닫게 됐다.

4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제주도 등에 따르면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제주창조경제혁신 제2센터(이하 제2센터) 운영을 오는 31일부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제2센터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제주센터)의 전담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도내 뷰티·헬스·6차산업의 연구 및 육성을 지원하고자 2015년 10월 제주센터의 분원 형식으로 제주테크노파크 바이오융합센터에 설립했다.

당시 1센터 1기업 매칭 구조를 벗어나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기업(카카오·아모레퍼시픽)이 함께 출발한 제주센터는 아모레퍼시픽의 제2센터 설립으로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전담조직인 창조경제지원단을 구성한 아모레퍼시픽은 도내 뷰티 강소기업 성장 지원을 위해 맞춤형 컨설팅과 교육을 펼치는 등 케이뷰티 챌린지(K-Beauty Challenge)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제주 생물종의 가치 발굴을 위해 생물자원의 사업화를 지원하는 한편 뷰티·헬스·6차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동반성장 융자상품을 만들어 23개사에 97억5000만원을 대출해주기도 했다.

제주산 식재료를 활용한 새로운 식음료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2016년부터 해마다 진행한 '레시피 콘서트'는 6차 산업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는 평도 받았다.

그런데 왜 아모레퍼시픽은 설립 3년 만에 돌연 제2센터 폐쇄 결정을 내린 걸까.

아모레퍼시픽 측은 주무부처 변동으로 인한 업무 중복을 이유로 들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존폐 위기에 몰렸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7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옛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로 주무부처가 바뀌게 됐다.

이로 인해 중기부 산하 제주테크노파크(TP)와 중첩됐던 역할들이 재정립되면서 제2센터가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게 아모레퍼시픽 측의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TP와 같은 주무부처를 갖게 되면서 과거 중첩됐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사업이 TP로 이관되고 제2센터는 스타트업 지원을 맡게 됐다"며 "아모레퍼시픽 기반은 제조업인데 스타트업에 DNA를 심어주기에는 역량이 부족하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제2센터를 폐쇄하더라도 파트너기업으로서 그룹 사회공헌재단인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을 통해 제주센터와 레시피 콘서트 등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창조경제 동반성장 협력대출은 2020년 3월 말로 운영이 종료된다.

소식을 접한 중기부 관계자는 "이니스프리 모음재단 목적과 맞는 측면이 있어서 제2센터를 따로 운영하지 않고 재단을 통해 센터와 함께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대기업을 강제로 참여시키는 건 정부에서도 지양하고 있기 때문에 억지로 하게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을 닫는다고 해서 관계를 끊는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억지로 협업을 하기보단 접점을 찾아서 혁신적인 시도를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기부와 제주도, 제주센터 등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제2센터 폐쇄와 이로인한 사업 추진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의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으면서 연매출이 크게 떨어져 경제적 절감 차원에서 제2센터를 없애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또 서귀포시 도순다원에 600억원을 투입해 추진할 예정이던 '그린뷰티밸리' 사업이 불발되면서 발을 뺀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린뷰티밸리 사업을 통해 제주도내 녹차생산기지를 신축하고 제2센터를 확장 이전한 뒤 스파 리조트 및 관광마을도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10월 사업 철회를 결정했고, 진입도로 확장을 추진하던 서귀포시와 비용 부담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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