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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탐나는 부동산 ‘그린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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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엔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같은 폭염이 없어서 지내기가 수월했다. 태풍과 물난리도 예년과 달리 아직 조용한 편이다. 그렇다고 이 지구 전체가 편안한 건 아니다. 유럽은 섭씨 40도 후반대의 기록적인 폭염에 휩싸이는 등 기후변화 증세는 이제 인류가 일상으로 겪는 뉴노멀(new-normal)로 자리 잡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올해 세계 미디어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이 있다면, 그건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걸쳐있는 그린란드섬이다. 이 섬은 남한보다 22배 넓은 217만㎢다. 섬의 80% 이상이 평균 두께 1500m의 만년설로 덮여 있다. 과학자들의 관측결과 현재 그린란드 얼음이 녹는 속도가 1980년대에 비해 6배 빨라졌다.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빙하의 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북극해 연안 국가들은 그린란드 빙하가 녹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섬을 덮은 얼음이 다 녹아내린다면 전 세계 바닷물 수위는 약 7m 상승한다. 그건 인류에 재앙이다. 과학자들은 21세기 안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바다 수위가 2m 상승할 정도로 그린란드 얼음이 녹아도 큰일이다.

그러나 빙하의 후퇴가 축복이 될 수도 있다. 그린란드섬 자체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이 섬 지하에는 석유, 가스, 우라늄, 납, 철광, 희토류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묻혀 있다. 만년설이 녹으면 이들 지하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커질 것이다. 또한 빙하가 후퇴한 자리에는 모래가 무진장 쌓이고 있다. 그린란드가 독립을 해도 모래를 수출해서 경제적 자립을 너끈히 유지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올여름 그린란드가 또 하나의 극적 화제가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에게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이에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반발하는 외교적 언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토라진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된 덴마크 국왕 예방 계획을 취소하면서 나토 동맹국인 미국과 덴마크의 외교적 다툼이 벌어졌다.

이와 같은 그린란드 에피소드는 어쩌면 부동산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별 생각 없는 즉흥적 제안이라는 말도 있지만, 미국의 신문과 방송에 적잖은 찬반 논쟁이 벌어진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미국의 국익과 관련하여 그린란드가 얼마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며 미래가치가 있는 곳인지를 암시하는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그린란드는 지난 300년간 덴마크 왕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왔으나, 지금은 고도의 자치권을 가지고 주민 스스로 총리를 선출하여 치안을 비롯한 모든 내정을 자치적으로 통치하는 준(準)국가다. 그렇지만 외교와 국방은 덴마크 왕국이 갖는 덴마크의 자치령이다. 트럼프가 이 섬을 사겠다고 말하자 덴마크 총리뿐 아니라 그린란드 총리도 ‘노(No)’라고 대응하고 나선 것은, 만약 덴마크가 이 섬을 미국에 팔고 싶더라도 그린란드 주민의 투표로 결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섬은 약 1000년 전 노르웨이 사람에 의해 발견됐지만, 1721년 덴마크 사람들이 정착을 시작했다. 유럽인들이 들어가기 전에 이 섬은 이미 알래스카와 캐나다처럼 아시아에서 건너간 이누이트 인디언들이 어업과 사냥을 하며 살아온 땅이었다. 현재 그린란드의 인구는 5만7000명이다. 80%가 이누이트 족이고 20% 정도가 덴마크계다. 이들은 어업에 의존하며 산다. 그린란드는 재정의 70%를 덴마크의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제일 큰 섬이지만 아직 국가 체제를 유지하기는 힘든 것 같다.

미국과 그린란드의 관계는 밀접하다. 2차 대전 때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하자 미국은 전쟁 동안 그린란드의 보호권을 확보했다. 대전이 끝나고 미소 냉전이 시작되자 미국은 그린란드의 툴레 군사기지를 확보하여 소련의 미사일 감시망을 설치하고 전략 공군 기지로 활용해왔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1억달러를 제시하고 덴마크에 그린란드 매입 오퍼를 낸 적도 있을 정도로 세계 패권을 위한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는 컸고, 지금은 더 커지고 있다.

당연히 미국의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서랍에는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와 미국의 활용방안에 대한 프로그램이 비치돼 있을 것이다. 고위 전략가들에 의해 유통되는 정보를 즉흥적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이 터뜨렸을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북극해의 얼음이 급속히 줄어드는 기후변화의 시대에 그린란드의 가치는 급속히 치솟고 있다. 북극항로가 트이고, 만년설이 녹으면서 그린란드 지하 광물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만약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처럼 그린란드 매입의사를 덴마크에 타진했다면 국제 사회는 야단법석이 났을 것이다. 사실 중국은 경제력이 팽창하면서 그린란드에 무척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21세기 들어 덴마크에 공항과 항만건설을 타진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그린란드가 위치한 북대서양은 나토 동맹으로 연결되어 안보 축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양해할 리가 없다. 중국은 북극항로와 그린란드 자원개발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빙하가 후퇴하는 그린란드는 지정학적 및 경제적 가치로 볼 때 매력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더 멀리 내다보면 사라지는 빙하도 아까운 자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은 지구의 기후를 안정시켜 인류를 재앙에서 보호해 줄 ‘환경자원’이기 때문이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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