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해녀복을 입은 제주 최연소 해녀 고려진씨(35)가 지난 19일 바다와 맞닿은 산지천 하류 가설무대에 오르자 관객의 환호성과 함께 '2019 대한민국 문화의 달' 기념식이 절정에 다다랐다.

제주시민과 관광객 2000여 명이 관람한 이날 기념식은 해녀, 제주신화 등 지역의 고유성을 최대한 반영하고 산지천 자연환경을 그대로 이용해 대동소이한 구성에 머물렀던 과거의 지역축제 공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기념식 '제주에 뜬 문화의 달맞이'는 지난 18일 제주시 일원에서 개막한 '2019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의 메인 프로그램이다. 제주가 고향인 김태욱 평창동계올림픽 문화올림픽 총감독이 전체 연출을 맡고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도립무용단, 제주시티발레단, 제주연합합창단 등 제주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산지천에 마련한 무대 자체가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설무대는 산지천의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북성교와 용진교 등의 주변 공간을 그대로를 활용했으며 중앙공간 벽면에는 거대한 보름달이 투사돼 장관을 이뤘다.

첫 시작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다양한 노래를 메들리로 들려주는 '바람을 타고 온 달빛'이 장식했다.

이어 '여인, 물, 그리고 불의 섬'에서는 해녀 고려진, 박숙희, 조순선, 부숙이, 신승희 등이 출연해 제주 여인의 억척같은 강인함과 불같은 저항 정신을 담은 애절한 노래와 퍼포먼스를 펼치는 동안 불꽃쇼 등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공존, 어울림의 섬'에서는 제주 신화인 바리데기 전설에서 생명을 살리는 '되살이꽃'을 활용한 무용 공연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닫는 무대 '문화를 품고 다시 바다로'에서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 고희범 제주시장을 비롯해 제주시민 대표들이 67만 제주도민을 상징하는 유등 670개를 산지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보내는 가운데 축제 주제곡 '느영나영'을 대합창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에서 "수많은 문화행사를 다녔지만 오늘 '문화의 달' 기념식처럼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행사를 본 적이 없다"며 "산지천 자연환경을 그대로 이용해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2019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는 20일까지 '느영나영(너랑나랑) 문화의 달'을 주제로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 등이 참여하는 미디어아트전, 칠성로 원도심에 문화예술을 접목한 합동창작전, 제주 출신 문화예술인이 모이는 메이드 인 제주 등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한편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1972년 지정했으며 2003년부터 전국을 돌며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내년 '문화의 달' 행사는 경기도 파주에서 '어울림과 의존, 융합'을 주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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