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주4·3 행방불명인 유족과 일반재판에 대한 재심 개시를 위해서는 정부기구의 추가적인 진상조사 결과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4·3 생존 수형인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5일 제주시 하니크라운호텔에서 열린 제주4·3 대구형무소 수형희생자 실태조사 보고회 및 현안 해결을 위한 토론회 '4·3군법회의 희생자 재심사건 앞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나'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임 변호사는 "행불인 유족 재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쟁점은 '재심사유'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법회의 사건에서 재심사유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불법구금과 고문 등이 실제 존재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지난 8월 형사보상이 결정된 1차 생존자 재심의 경우엔 생존 피해자들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 진술함으로써 재심사유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충분했다.

그러나 유족 재심의 경우 구금시점, 고문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제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임 변호사는 여순사건 군법회의 희생자에 대한 대법원의 재심개시결정을 예로 들었다.

임 변호사는 "지난 3월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심증형성은 반드시 직접증거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증거로 할 수도 있다며 재심사유 입증의 수준을 낮췄다"며 "이같은 대법원 법리를 유족 재심에서도 원용해 재심 사유 입증에 주력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만 유족 재심에서는 여순사건과 다르게 체포 감금 과정에 대한 목격자 진술서가 없을 가능성이 크므로 추가적인 정부위원회의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구체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주4·3 당시 재판으로 인한 희생은 군법회의에만 그치지 않는다.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 과정에서도 고문과 불법구금으로 이뤄진 자백을 바탕으로 유죄가 선고됐다.

임 변호사는 일반재판 재심에서도 재심사유 입증에 대한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임 변호사는 "1차 생존자 재심 때와 마찬가지로 생존 피해자의 법정 증언을 통해 고문과 불법 구금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2003년 발간된 진상조사보고서에 일반재판의 경우에는 그 과정에서 벌어졌던 고문이나 구금의 실태에 대한 조사나 서술의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결국 유족재판과 일반재판의 재심 개시를 위해서는 정부의 추가적인 진상조사가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이에 임 변호사는 제주4·3사건위원회가 그 역할을 다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제주4·3사건위원회가 군법회의 및 일반재판에 대한 추가적 진상조사와 보고서 발간을 진행한다면 재심사유 입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반재판의 경우 보고서 서술 자체가 풍부하지 못했다는 점을 볼 때 추가적인 조사와 보고서 발간은 진실규명 그 자체를 위해서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한편 군법회의 생존피해자 7명과 일반재판 생존피해자 1명은 지난 10월 22일 제주지방법원에 재심 개시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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