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에서 흑돼지집을 운영하는 홍모씨(36)는 일년치 임대료 납부 전날 건물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홍씨는 "곧 임대료를 내야 하니 돈을 다 준비해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건물주한테 전화가 오더니 30%를 인하해주겠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며 인터뷰를 고사한 건물주 A씨는 홍씨에게 "모두가 힘든데 이럴 때 다들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임대료 인하 뜻을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5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 홍씨 가게에서 무급휴가를 가겠다는 직원이 나타나는 걸 지켜본 A씨의 '통 큰' 결정이었다.
홍씨는 "매출이 뚝 떨어져버려서 이제 자영업자들은 각자 호주머니에서 오히려 돈을 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대료 인하를 해주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홍씨와 계약을 맺은 3년 전부터 건물주 A씨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고수해왔다.
홍씨는 "시세보다 임대료를 적게 받다 보니 주변에서 성토가 좀 있었는지 올해는 인상해야겠다는 말이 나왔었는데 오히려 인하를 해준 것"이라며 "가게 입장에서는 너무 큰 도움이 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상인회 역시 지난 27일 자체 회의를 열어 착한 임대료 인하운동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소액이지만 각 가게에서 매달 납부해야 하는 관리비를 한동안 인하할 계획이다.
상인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손님이 60~70% 줄어든 상황이라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리비 인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상인회는 시장 건물주들에 한시적으로라도 임대료를 인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한 곳이 지금까지는 한 두 군데 정도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서로 돕고 살기 위해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분들이 늘어날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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