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에서 유럽발 확진자 3명이 발생함에 따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미국에서 입국한 서울 거주 확진자 역시 유증상 상태로 4박5일간 제주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 코로나19 '역유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27일부터 유럽에 이어 미국 입국자에 대해서도 검역 강화에 나선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선 전수검사를 기본 원칙으로 하지 않아 반쪽짜리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어머니 등 일행 3명과 함께 제주를 찾아 4박5일간 여행을 한 미국 유학생 A씨(19·여)가 서울 강남구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A씨는 지난 14일 미국에서 출발해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 입국했다. 이후 20일부터 제주도에서 여행을 하다 이날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 등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씨는 유증상 상태에서 주요 관광지 및 식당, 마트 등 광범위한 동선을 보여 방역당국이 역학조사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가 현재까지 확인한 접촉자는 모두 38명에 달한다. 증상 발현 시점이 입도 시점과 차이가 크지 않아 지역전파의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제주도는 도내 7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고도 발표했다. 도에 따르면 B씨(26·여)는 지난 23일 유럽에서 출발해 두바이 경유, 24일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이어 이날 오후 8시50분 아시아나 항공편을 통해 오후 10시쯤 제주공항에 도착, 자택으로 향했다.

B씨는 입국 당시 유럽 입국 무증상자로 분류돼 능동감시 대상 통보를 받았다. 정부 22일부터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 실시하고 음성의 경우에도 14일간 능동감시를 통한 사후관리 진행하고 있다. 이에 이틑날인 25일 오전 10시쯤 제주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 진단검사를 받고 확정 판정을 받았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스페인에 체류하다 한국에 입국한 남녀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정부의 특별입국절차 시행 전인 지난 18일 입국해 진단검사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해외 유입 확진 사례는 최근 해외 입국자 수가 늘어나면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5일 기준 신규 확진자 100명 가운데 해외 유입을 통한 감염 사례는 51건이다. 국가별로 보면 유럽 29건, 미국 13건, 미국 제외 미주지역 5건, 중국 외 아시아 지역 4건 등이다. 이같은 사레는 지난 23일까지만 해도 전체 신규 확진자의 28%였지만 24일 32%, 25일 51%로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확진자가 무섭게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미국 확진자는 지난 25일 기준 5만3268명으로 일주일 전에 비해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정부도 오는 27일 9시부터 검역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발 입국자 가운데 유증상자는 내외국인 관계없이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양성'이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한다. '음성'의 경우 14일간 자가격리를 한 뒤 증상이 생기면 진단검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무증상자에 대한 관리는 유럽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검역방법과 차이가 있다. 유럽발 입국자의 경우 전수검사 진행 원칙에 따라 귀가 후 3일 이내 보건소로부터 진단검사를 받게 된다. 제주도에서 발생한 7번째 확진자 B씨 역시 무증상자로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귀가 후 이튿날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반면 미국발 입국자 중 무증상자는 자가격리를 14일 진행하되 의심증상이 발생하는 사람에 한해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증상이 있어도 신고하지 않는 한 검사를 받지 않는다. 미국에서 입국해 제주여행을 다녀온 A씨처럼 무증상을 보이다 유증상 상태가 되어도 신고하지 않는 한 검사를 받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유럽과 달리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 조치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미국 입국자의 위험도가 유럽과 다르다는 이유로 미국발 무증상자에 대한 전수검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3주차 유럽발 입국자 1만명 당 확진자 수는 86.4명이고, 미국은 28.5명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다만, 중대본은 미국 입국자의 코로나19 확진률이 유럽 입국자의 경우와 비슷해질 경우 전수검사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앞으로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미국발 국내 입국자 중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를 고려해 필요한 경우 전수 진단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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