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야생동물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뾰족한 돌파구 없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쌓인 찬반 주민 간 고소·고발 건만 7건에 이르고 연일 논란을 더하며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은 대명그룹이 2023년까지 선흘2리 약 59만㎡에 국내 최초의 드라이빙 사파리와 동·식물 관람시설, 글램핑(60동), 호텔(76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대형동물 위주의 동물원이 없는 제주에서 사자, 호랑이 등 외래동물 500여 마리를 사육한다는 구상이다.

테마파크가 들어서는 조천읍 일대는 세계 최초의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된 곳으로, 선흘2리 역시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에 자리 잡고 있다.

◇ 7억원 조건 상호협약으로 갈등 촉발…고소·고발전 시작
갈등이 증폭된 시점은 선흘2리 정 모 이장과 사업자가 7억원의 마을발전기금을 조건으로 사업에 동의하는 내용의 상호협약을 체결한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대대책위원회는 이를 '밀실·날치기 협약'으로 규정하고 제주지방법원에 해당 협약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찬성 측에서도 반대 측 인사를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본격적인 고발전이 시작됐다.

지난해 8월에는 선흘2리 주민 138명이 모여 임시총회를 열고 '이장 해임의 건'을 상정해 원안 가결했지만, 해임권을 지닌 조천읍이 불수용 입장을 밝히며 '없던 일'이 됐다.

그러나 최근 조천읍이 '탄원서만으로도 이장 해임이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월에는 반대 주민들이 원희룡 제주지사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 사업자·마을이장 등 3명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반대위는 지난 7월 정 이장과 찬성위원회 위원장을 배임 수재·중재,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찬성 측 고소고발 관련 법률비용 지원 등에 사업자가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에서다.

앞서 정 이장 역시 사업 반대 측인 부녀회장 등 주민들을 잇따라 고소한 바 있다.

◇ 압수수색에 환경영향평가 논란까지…제주도 입장은?

이렇게 주민간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와중에 지난 7월 20일 제주서부경찰서가 선흘2리 마을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며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경찰 압수수색 직후 지난 1월 사업자로부터 선흘2리 마을통장으로 3억50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기금 횡령 등 의혹이 이어지자 찬성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상생협약에 따라 지원받기로 했던 7억원 가운데 사업자 측에 공식적으로 요청해 절반을 미리 지급받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갈등은 그동안 동물테마파크 사업 추진에 반대입장을 밝혀온 람사르습지도시위원장의 사퇴가 원희룡 도정의 압력 때문이라는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반대위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12월 사업에 반대하는 고제량씨가 위원장으로 당선되자, 찬성 측 몇 명이 원희룡 지사를 면담했다"며 "이 자리에서 원 지사는 위원장 SNS 글을 핑계로 사실상 위원장과 위원들을 교체하는 규정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도내 3개 환경단체는 고 위원장의 사의를 부당한 사퇴 외압에 따른 인권 탄압으로 규정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를 진정한 상태다.

2006년 환경영향평가 이후 사업 내용이 크게 달라진 만큼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해묵은 논쟁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개발사업시행승인 당시 제주동물테마파크의 사업계획은 말 중심의 테마관광시설이었다.

지난달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2006년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사업과 재추진되고 있는 현 사업은 전혀 다르다"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사업 내용 변경에 따라 지난해 4월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변경심의위원회를 조건부 통과해 현재 도의 변경 승인 고시만 남은 상태"라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진행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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