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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미국을 바꾸고, 지킬 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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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큰 변화의 소용돌이를 몰고올지도 모를 정치 행사를 앞두고 있다. 11월 3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말많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것이냐가 한국인들에겐 최우선 관심사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변화 진폭을 가늠해볼 수 있는 또 다른 관점도 있다. 그것은 미래의 미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태세를 갖추고 대기 중인 두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의 추세대로 민주당이 승리하면 조 바이든의 러닝메이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56)이 미국 역사상 첫 여성부통령이자 첫 흑인부통령이 되어 미국 정치 판도에 적잖은 충격을 던지게 될 것 같다. 또 한 사람의 여성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연방대법관후보로 지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48)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26일 상원 인준투표를 통과하면 연방대법관으로 취임한다. 왜 이들이 관심대상인가.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리스 상원의원이 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백악관을 탈환한다면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못지않게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가 관심을 받을 것이다. 해리스는 인도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자메이카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의 흑인 여성이다. 민주당이 선거에 이기면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 ‘흑인 부통령’ ‘아시아(인도)계 부통령’이라는 독특한 지위를 얻게 된다.

백인 남성 주류의 미국 정치권에 의미있는 변화를 주게 될 것이다. 흑인 대통령으로 백인 부통령의 지원을 받았던 오바마 대통령 정부와는 그 의미가 사뭇 달라질 것 같다. 조 바이든 백악관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과거 부통령이 갖는 상징성을 뛰어넘어 나름의 힘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미국의 정치평론가들은 보고 있다. 해리스가 부통령이 되면 클린턴 대통령 당시 앨 고어 부통령이 환경정책의 주도권을 가졌듯이 인종과 여성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부통령이 되든가, 인도계라는 인연으로 아시아 외교정책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높다.

해리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캘리포니아주의 검찰총장을 역임한 현직 연방 상원의원이다. 그는 이번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바이든에 각을 세우고 대통령후보지명전에 도전했던 야망가다. 그래서 바이든 참모 중에는 러닝메이트를 고를 때 해리스를 꺼렸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그가 부통령이 되면 얌전한 의전형 그림자 부통령이 아니라 차기 대통령 선거전에 눈독을 둘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는 78세 역대 최고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그래서 82세를 맞아 재선 도전을 포기할 것이라는 설도 있고, 임기 중 고령으로 사임할 가능성이 얘기되기도 한다. 이들 두 가지 경우 해리스는 곧장 대통령직을 승계하거나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부각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한마디로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의 유색인종 시대를 여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해리스 상원의원이 미국 정계에 떠오르는 별이라면 배럿 항소법원판사는 미국 사법계의 별이다. 연방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의 인준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공화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한 미국 상원에서 배럿은 26일 인준투표를 통과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해진다.

배럿 대법관 후보가 미국 사회의 관심과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연방대법원의 막강한 권한, 배럿의 보수주의적 헌법관 그리고 그의 젊은 나이 때문이다. 미국은 판례 중심의 사법가치체계를 갖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미국 법원의 최종심으로서 위헌 심사권을 갖고 있다. 50개 주의 주법과 헌법의 충돌을 심사하고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심사권도 갖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 선거 분쟁도 대법원 판결로 해결한다. 또한 연방대법원은 미국 사회의 이념, 문화가치, 종교윤리를 헌법에 의거해서 최종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미국인의 사회생활에 깊은 영향력을 미친다.

연방대법원은 9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수결, 즉 5인의 찬성으로 판결이 효력을 발생한다. 대법관은 종신직으로 본인이 사임하거나 사망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대법관으로 재직할 수 있다. 종신직 체제는 국민의 의사를 적절히 반영할 수 없어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교체로 인한 법원의 불안정성을 막아주는 긍정적 의미도 있다. 하여간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정파의 성향에 맞는 연방대법관을 심어놓기 위해 애를 쓴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은 4년 동안 대법관 3명을 지명해서 미국 대법원의 구성을 확실히 보수화로 기울여 놨다.

배럿이 상원인준을 받으면 진보의 상징인 루스 베이드 긴스버그 연방대법관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게 된다. 긴스버그 사망전까지 연방대법원은 보수성향 5명과 진보성향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배럿이 대법관이 되면 보수 6명과 진보 3명으로 미국 연방대법원은 보수일색이다.

배럿은 미국 남부의 보수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으며 대법관 코스로 불리는 하버드나 예일이 아닌 노터데임(Notre Dame) 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연방대법원의 보수파 상징인 고(故)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보좌서기로 일하면서 그의 멘티가 되었고 모교의 법학교수로, 또 항소법원 판사로 있으면서 헌법은 원래 취지에 맞춰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대법관후보로 지명된 후 백악관 행사와 상원청문회에 7명의 자녀(2명은 흑인 입양아)를 동반했고, "나는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헌법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배럿의 보수적 성향을 상징해주는 대목이다.

48세의 배럿이 종신 대법관이 되면 그의 판결문은 앞으로 한 세대에 걸쳐 낙태, 총기규제, 차별, 복지와 같은 해묵은 문제에서부터 기후변화 문제에 이르기까지 깊고 오래 미국 사회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또한 세계 각국의 법원 판결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통령 선거결과에 따라 두 여성 즉 배럿 대법관과 해리스 부통령이 동시에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우먼파워로 등장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직접 부딪칠 일은 없겠지만 한 사람은 전통적 가치를 지키려는 보수 성향으로, 또 한 사람은 미국의 기존 가치를 바꾸려는 진보성향으로 이념적 대척점에 설 것이다. 11월 3일 이후 미국의 변화가 관심거리다. <뉴스1 고문>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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