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1702년 제주목사 이형상이 제주도내 고을을 순찰하는 내용과 행사장면 등을 담고 있는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의 국보 승격이 추진되고 있다. 탐라순력도가 국보로 지정되면 제주지역 제1호 국보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뉴스1 제주본부는 다양한 역사 기록과 연구 사례를 통해 7차례에 걸쳐 탐라순력도을 소개하고 역사적·문화재적 가치와 가치확산을 위한 추후 활용 방향 등을 소개한다.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지도’라는 평을 받는다.

제작시기가 명시된 최초의 제주도 지도인 ‘한라장촉(漢拏壯囑)’이 수록돼 있고, 39면의 순력도 역시 300년 전 제주 곳곳을 담아 회화식 지도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때문이다.

우선 탐라순력도 서두에 수록된 한라장촉은 행사의 구체적인 실상을 사실적으로 포착하는 데 목적을 둔 순력도와 달리 제주도 전체의 형세를 보여주는 도면식 지도다.

조선시대 대부분의 지도들이 제작자와 제작시기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지도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한라장촉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도가 있으나 제작시기가 명기돼 있지 않아 제작시기가 확실한 지도로는 최고(最古)의 제주도 지도로 평가받는다.

탐라순력도가 그렇듯 한라장촉 역시 제주의 당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라장촉에는 관방시설(3성 9진 25봉수 38연대), 목장, 도로, 오름, 마을명, 하천, 포구 등이 상세히 그려져 있어 18세기 초 제주의 지리와 지형을 이해하는 중요자료로 활용된다.

해안 지역과 중산간 지역에 있던 마을 이름들도 비교적 자세히 표시돼 있고, 도내 전역에 분포해 있는 오름들도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지도 외곽에는 제주를 둘러싼 한반도 남해안 일대의 도서지역과 일본,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여러나라들이 배치돼 있다.

하단에는 주요 주변국의 방위와 거리가 함께 기입돼 18세기 초 제주를 둘러싼 대외실정을 파악할 수 있는 등 지도사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한라장촉 역시 궁궐이 있는 한양에서 바라보는 시점에서 제작된 경우가 많은 조선시대 지도 특징을 따라 남과 북의 방향이 거꾸로 제작돼 있다.
 

전문가들은 탐라순력도의 제작자인 이형상(李衡祥·1653~1733) 제주목사가 한라장촉과 같은 정교한 제주도 지도를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은 풍부한 지리 지식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역사기록에 따르면 이형상은 중국에 온 서양선교사 마테오리치가 제작한 서구식 세계지도인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를 제주목사로 부임하기 전에 열람하기도 했다.

탐라순력도는 한라장촉과 더불어 개별 순력도라는 회화식 지도가 같이 수록돼 지도사적 측면에서 중요한 자료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개별 순력도들이 행사를 주관하고 참여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려졌지만 행사가 행해지는 공간적인 모습이 상세히 묘사돼 있기 때문이다.

각 화첩에는 당시 제주 성의 모습, 내부의 관아 건물, 주변의 산세, 해안의 절경과 수목 등이 세세하게 표현돼 있어 조선시대 제주인들이 지녔던 장소 인식의 독특함을 엿볼 수 있다.

오상학 제주대 사범대학 교수는 지난 11월 진행된 ‘탐라순력도의 문화재적 가치 재조명을 위한 학술세미나’에서 “탐라순력도는 단순한 그림첩이 아니라 1702년 제주라는 특정 공간을 재현하는 중요한 지도”라며 “탐라순력도에 표현된 읍성, 진성, 관아 건물, 마을 등은 사라진 역사 공간을 복원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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