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주 4중 추돌사고 당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사고 현장에 뛰어들었던 20대 의인이 감사패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이영호씨(23)는 9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로부터 제주 4중 추돌사고 인명 구조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다.

이씨는 지난 6일 오후 5시59분쯤 제주시 아라1동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하교하던 중 4중 추돌사고를 목격하고 119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사고 현장에서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펼쳤다.

당시 이씨는 자신이 장갑 등의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부상자들을 부축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것은 물론, 부상자들이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버스 출입문을 들어올리거나 널브러진 유리조각들을 치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의 '위험하니 이제 나가야 한다'는 말에 지갑, 신발, 가방 등 부상자들의 소지품을 챙겨 나와 돌려주는가 하면 경찰의 신원 파악 작업까지 도왔던 그다.

사고 직후 제주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이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한 학생이 "쓰러진 버스 밖으로 오른손이 나와 있었는데 어떤 분이 계속 괜찮다고 손잡아 주면서 다독여 줬는데 너무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씨의 선행은 뉴스1의 단독 연속 보도["여기 낀 사람있어요" 구급대 도착전 버스에 뛰어든 제주대학생 / 제주 추돌참사 대학생 의인 "신발 못찾아줘 미안…현장 참혹"(종합)]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당황하거나 흥분하지 않고 더 빠르게 잘했다면 목숨을 살렸을 수도, 덜 다쳤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당시 현장을 떠나며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이 컸다"며 오히려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었다.

이씨는 이날 감사패 전달식에서 "한 일도 많이 없지만 혼자서 한 일이 아니고 많은 분들이 도와줬다"며 "특히 일찍 와 주신 소방대원과 뛰어다니면서 부상자들을 치료해 주신 구급대원분들이 계셔서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현경준 제주대 총학생회장은 원 지사에게 "몇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Δ과속단속 카메라 추가 설치 Δ급행버스 정류장 변경 Δ심리상담 지원 공간 확충 등을 요청했다.

이에 원 지사는 "제주대학교와 안전 관련 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 6일 오후 5시59분쯤 제주시 아라1동 제주대학교 앞 사거리에서 8.5톤 화물트럭이 시내버스 2대와 1톤 트럭을 잇따라 들이받으면서 3명이 숨지는 등 총 6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33명(52%)은 제주대 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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