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에 제3의, 제4의 행정시를 새롭게 만들어 행정구역을 개편하는 논의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지난 2017년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행정시 4개 권역 재조정’ 등의 권고안을 제주도청에 제출한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상봉)는 지난 9일 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제주도 행정구역 조정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는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논의하고 도민 공론화를 위해 마련됐다.

◇4개 권역 통합·폐지 후 10여 년간 '진통'
제주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하며 하나의 지방자치단체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 4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는 폐지하고 기초지방단체가 아닌 2개의 행정시로 행정구역을 구분했다.

이에 따라 제주시와 서귀포시 두 행정시의 시장은 선거가 아닌 도지사의 권한으로 임명한다.

이같은 행정체제는 행정시장의 권한 축소라는 부작용과 함께 행정시의 자기결정권과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행정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시장을 선거로 선출하는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실제 2016년 제주도의회가 시행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0주년’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행 행정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24.7%에 그쳤다.

◇'4개 권역 부활' 제안됐지만 도민사회 '글쎄'
행정구역 개편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건 2017년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권고안이었다.

위원회는 제주도에 제출한 권고안을 통해 행정시장 직선제 시행과 함께 행정시를 현행 2개에서 4개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도민 공감대 부족과 실효성 문제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제주도의회 동의를 받기 위해 제출된 안건에는 행정구역 재조정안이 빠진 행정시장 직선제 방안만 담겼다.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행정시장 직선제와 달리 행정구역 개편은 관련 조례 개정만으로도 시행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도의회 내부에서도 ‘행정시 4개 권역’, ‘행정시 3개 권역’, ‘현행 유지’ 등을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행정구역 개편안 논의는 뒤로 밀렸다.

결국 2019년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행정시작 직선제 동의안은 통과했지만 행정구역 개편 추진은 흐지부지됐다.

◇일부 전문가 "선거구 따라 3개 권역이 적절"
이와 관련 이상봉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제주시 노형동 을·더불어민주당)은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도 본청으로의 권한 집중 심화로 행정시 위상 및 민원대응력이 약화되고 있어 행정구역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전문가 의견들을 바탕으로 향후 행정구역 개편 추진 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민공론화를 위한 과정으로써 이러한 토론회는 자주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주 행정구역을 기존 2개에서 3개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발제자로 나선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행정수요량의 증가를 봤을 때 최소한 3개 이상의 권역 설정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구와 인구비중을 고려하면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3개 행정시를 두는 방안이 타당해 보인다”며 “선거구는 지역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한 단위로 일반적으로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분류한다”고 피력했다.

제주 국회의원 선거는 제주시 갑 선거구와 제주시 을 선거구, 서귀포시 선거구로 나뉘어 3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토론에 참석한 홍명환 도의원(제주시 이도2동 갑·더불어민주당)은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권고한 4개 권역은 개발관점으로 개편한 것”이라며 “인구 50만명 이상을 둔 다른 지자체 사례를 볼 때 제주시를 2개 구역으로 나누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은 “4개 권역은 여전히 과도한 인구편차 문제가 발생한다”며 “주민생활권역, 지세, 문화 등을 고려해 3개 권역 조정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송종식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권역 조정은 제주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조직과 공무원 증원 문제, 청사 재배치, 재정소요 등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대가 이뤄질 경우 최종적으로는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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