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가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제주맥주는 '제주맥주'라는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 장사를 하고 있는데요. 심지어 상표권을 다른 주류회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회사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상표권으로 영업을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거액의 상표권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14일 특허청·한국특허정보원에 따르면 '제주맥주' 특허 등록은 어언 1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주맥주 상표는 지난 2010년 '주식회사 한라산'(한라산)이 등록했습니다. 한라산은 지난 1950년 설립된 뒤 소주 '한라산'을 판매해온 제주 향토기업입니다.

등록상표 '제주맥주'에는 한라산의 봉우리와 제주 앞바다를 나타내는 이미지, 제주맥주라는 글씨가 들어가 있습니다. 맥아맥주와 흑맥주 등에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는데요.

반면 제주맥주는 지난 2017년 제주위트에일 등 제품을 본격 출시했습니다. 당시 제주위트에일 상표권은 바로 취득했지만 제주맥주 상표권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회사 규모가 작고 제품에 모든 역량을 다 투입하다보니 제주맥주 상표권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이후 회사가 성장하고 상장이나 해외진출을 구상하면서 제주맥주 상표권 등록을 시도하게 됩니다. 제주맥주는 지난 2019년 '제주맥주'라는 네 글자를 상표로 등록하려 했습니다. 2017년부터 '제주위트에일' '제주펠롱에일' '제주맥주 아워에일' 등을 연이어 등록했던 터라 당연히 등록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등록이 거절된 것인데요.

이는 상표법상 '제주맥주'라는 명칭이 가지는 특성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특허청에서는 상표법 제6조 1항 3호에 따라 누구나 사용하도록 허용해야 하는 보통명사, 업계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관용적 표현 등에 대해서 특정인의 독점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여기엔 '제주' '서울' 부산'같은 산지의 이름도 포함됩니다. '제주맥주'의 경우 지명과 '맥주'라는 일반명사가 사용됐기 때문에 특정인이나 법인이 상표를 등록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한라산은 어떻게 '제주맥주' 상표권을 등록할 수 있었을까요? 이는 '제주맥주' 글씨와 함께 등록된 그림을 하나의 이미지로 봤기 때문입니다. 한라산 역시 '제주맥주' 네 글자로만은 특허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셈입니다.

해당 상표는 제주도·제주도개발공사 등이 제주 맥아·물을 기반으로 맥주산업을 시도하던 당시 등록됐습니다. 한라산은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제주 기반 맥주 산업에 뛰어들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취재결과 한라산 측은 현재 맥주산업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한라산 내부에는 자신들이 제주맥주 상표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직원을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제주맥주도 상황을 알고 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 눈치입니다. 법적으로 경쟁사나 신생업체가 '제주맥주'를 브랜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데 말입니다. 여기엔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으로 국내 및 글로벌 영향력을 넓혀가면 쉽사리 제주맥주 이름을 빌려서 사업 경쟁이나 방해하지 못할 것"이란 자신감이 깔려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라산이 보유한 제주맥주 상표권은 올 연말이면 만료될 예정입니다. 만약 한라산이 상표권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제주맥주도 이미지를 넣은 제주맥주 상표권을 등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맥주에 뜻이 없는 한라산이 제주맥주에 상표권을 넘겨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 연말 제주도를 기반으로 하는 두 토종 주류회사가 손을 잡고 상표권 문제를 해결한다면 아름다운 상생협력 사례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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