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유전자(DNA) 수사로 공소시효 만료 직전 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부분 동의하지 않으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 등) 등의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 대한 3차 공판을 열었다.

A씨의 경우 일찌감치 지난 2009년 5월 강도강간죄 등으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인 탓에 별도 구속 절차와 관계 없이 이날 하늘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섰다.

재판부는 예정돼 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증인 신문에 앞서 재판 직전 A씨 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먼저 살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 대부분에 부동의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의 DNA가 검출된 휴지가 A씨의 유류물이거나 피해자 소유 등의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사건 당시 적법한 압수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위법하다는 취지다.

특히 A씨 측은 DNA 감정 의뢰·회신서 등 검찰이 신청한 증거들 역시 이 같은 상황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위법해 증거로 쓸 수 없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 측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증거 신청이 아니더라도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DNA 감정 의뢰서 등을 확보하겠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공방이 따르는 사안"이라며 양 측에 세부 내용에 대한 서면 제출을 요구했다.

이후 이뤄진 증인 신문에서는 사건 발생 당시 보다 발전한 DNA 분석 기법 등에 대한 검찰 측과 A씨 측의 질의응답이 오갔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12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A씨는 지난 2001년 제주에서 다수의 피해자들을 잇따라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국과수가 지난 2019년 장기 미제사건 DNA를 전수조사하던 중 사건 당시 발견된 휴지 속 DNA와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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