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학생 살해사건의 주범 백광석(48)이 범행에 대한 책임을 16세에 불과한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된 백광석은 옛 연인의 아들이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평소 적개심을 품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별을 통보한 피해자 A군 어머니에 대한 앙심 뿐 아니라 A군과의 갈등 역시 범행의 도화선이 됐다는 취지다.

백광석과 A군 모자는 약 3년간 동거하다 지난 5월쯤 사이가 틀어지며 별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백광석은 경찰 조사 당시 처음부터 범행대상을 아들로 특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군과는 문제가 없었는데 왜 살해했느냐고 추궁하자 A군이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당신'이라 부르는 등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백광석의 이 같은 진술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백광석처럼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변명할 때 이런 식으로 피해자 측이 먼저 빌미를 제공했다고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특히 백광석이 과거에도 헤어진 연인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 범죄로 처벌을 받는 등 10범의 전과가 있는 점 역시 눈 여겨볼 지점으로 봤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집착이라고만 보기엔 너무 가볍다. 과거 전과를 볼 때 상습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나름대로의 보호본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사춘기의 중학생이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지 않아 적개심을 느꼈다는 진술 역시 범행을 합리화하기 위해 대고 있는 여러 변명 중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편 백광석과 공범 김시남(46)은 지난 18일 오후 3시16분에서 41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서 중학생 A군을 결박해 살해한 혐의로 지난 27일 검찰에 송치됐다. A군의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였다.

경찰은 두 피의자가 지난 16일과 17일 범행 장소를 미리 살펴본 점, 함께 청테이프를 구매한 점, 범행 장소 뒤편으로 돌아가 침입한 점 등에 비춰 계획범행으로 잠정 결론 내린 상태다.

백광석은 살인 혐의와 별도로 가정폭력과 가스방출, 임시조치 위반,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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