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환경보전기여금’을 내게 될까.

지난 2021년은 어느 해보다 제주 환경보전기여금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뜨거웠다. 일부 대선 주자들은 환경보전기여금, 입도세 등을 도입하겠다고 나섰고 법제화를 추진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올해 3월9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환경보전기여금이 도입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시작은 입도세…기여금으로 바뀐 까닭은
제주 관광객을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려는 시도는 1970년 즈음 시작됐다. 관광객 1인당 1000원을 부과하는 ‘입도세’를 도입하는 계획이었으나 지방세법 개정은 실패했다.

이후에도 관광진흥, 환경보전 등을 목적으로 도입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름, 목적 등은 조금씩 변했지만 제주의 환경·관광자원을 이용하는 수혜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원인자 부담’이라는 큰 원칙이 있었다.

‘환경보전기여금’이란 이름은 2013년 한국법제연구원이 제주도에 제출한 ‘세계환경수도 조성 지원 특별법’에서 항공(선박) 요금에 일정액을 부과하는 방안으로 본격 등장했다.

입도세의 경우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있지만 기여금은 세금과는 다른 부담금이라는 설명이다.

제주도는 2018년 관련 용역을 통해 관광객 1인당 평균 8170원을 부과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루 이용 기준 렌터카 5000원, 숙박시설 1500원 등을 산정한 결과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실상 입도세라는 비판과 타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는 제도 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재명 ‘기여금’·심상정 ‘입도세’…윤석열은?
 

제20대 대선주자마다 환경보전기여금 또는 입도세 도입에 대한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해 9월 제주를 방문해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를 제주형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제주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1인당 1만~8000원을 받으면 연간 2000억~1500억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그중 일부는 신재생에너지나 환경보전에 사용하고 상당 부분은 제주도민을 위한 기본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국민의힘 경선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이재명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 후보의 공약에 반대하면서도 환경보전기여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당내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입도세를 걷어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담금에도 반대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것도 좀. 어느 게 제주에 좋은지…”라고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녹색입도세’를 내세웠다. 제주의 환경보전과 적정한 관광객을 수용하는 ‘적정 관광 시대’를 여는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심 후보는 “입도세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녹색입도세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며 “제주에 들어와 생태 환경을 썼으면 지속가능성을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환경보전기여금 법제화 시도…국회 문턱 넘을까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은 지난해 12월 환경보전기여금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과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개정안은 제주도지사가 자연환경의 체계적인 보전·관리, 생태계 서비스 증진을 위해 공항·항만을 통한 입도객에게 환경보전기여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인 액수는 도조례로 ‘1만원’ 범위에서 정할 수 있다.

부과 대상에서 제주도민과 제주도 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외국인을 비롯해 제주도에 사무소를 둔 교육·행정·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법인·단체의 임직원은 제외된다.

위 의원은 “천혜의 환경을 가진 제주를 지켜나가기 위해 최소한의 책임을 나눠 갖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올해 대선과 함께 국회에서 제주 환경보전기여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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