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제주 오픈카 연인 사망사고' 피고인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가 무죄 판결로 체면을 구긴 검찰이 피고인에게 뒤늦게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11일 오전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 A씨(35)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에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했다.

기존 A씨의 살인,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에 예비적 공소사실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추가하는 내용이었다.

예비적 공소사실은 공소가 제기된 주된 범죄사실인 주위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사실을 말한다.

당초 검찰은 살인의 고의성 입증을 자신하며 원심에서 재판부의 선제안에도 불구하고 A씨의 혐의에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지 않았다.

결국 원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당시 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불고불리(不告不理·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혐의를 적용해 판결할 수 없다)의 원칙에 따라 지난해 12월16일 A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인정하고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후 검찰은 원심 판결에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형량도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소하면서 뒤늦게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 왔다.

이 같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 A씨의 변호인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개별적인 내용은 추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아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목격자 1명을 증인으로 신청함에 따라 6월29일 오전 10시40분에 3차 공판을 열고 증인 신문을 하기로 했다.

한편 A씨는 2019년 11월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 한림읍의 한 도로에서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118%의 만취 상태로 렌터카인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오픈카)을 몰다 도로 연석과 돌담, 경운기를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있던 A씨의 연인 B씨는 사고 충격으로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면서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끝내 지난해 8월 의식불명 상태에서 사망했다.

검찰은 B씨가 A씨의 이별 요구를 거절해 온 점, 사고 전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고 A씨가 '안전벨트 안 했네?'라고 묻자 B씨가 '응'이라고 답한 점, 사고 직전 A씨가 시속 114㎞까지 속도를 올린 점 등을 이유로 A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원심 재판부는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검찰 측 간접증거 만으로는 살인에 관한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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