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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V-PASS 행정에 어민 안전 '침몰 위기’정부, 세계 최초 기술 개발 뒤 예산 지원 '뒷짐'...해경은 '끙끙'
  •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승인 2016.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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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어선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 전복 사고 닷새째에 접어든 2015년 9월9일 오후 크레인이 설치된 바지선(480t)이 돌고래호를 인양되고 있다. 뉴스1DB © News1

정부가 제주를 포함한 전국 어민 안전을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급한 V-PASS(어선위치발신장치)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자동 SOS(조난 신호) 발신 기능까지 탑재했었지만 너울성 파도 등 바다 조업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그 기능이 삭제돼 버려 선박 전복 등 해상 사고 발생 시 자동 긴급 구조 요청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버린 것이다.

더욱이 막대한 인명피해를 낳은 지난해 돌고래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장치의 결함을 일찍이 인지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어 해양 사고 대응 체계는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V-PASS, 세계 최초 개발된 기술서 애물단지로 전락
2011년 국토해양부 산하에 있던 해양경찰청은 해상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수색·구조를 하기 위해 선박 위치를 자동 발신하는 장치인 V-PASS 설치를 순차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 사업에는 5년간 총 사업비 313억원(전액 국비)이 투입됐으며 오는 9월이면 전국 어선 6만6000여 척에 V-PASS 장치가 모두 설치 완료될 예정이다.

V-PASS는 선박이 자동으로 입·출항 신고를 하고 실시간으로 위치 정보를 해경에 송신하는 해상안전관리 시스템이며 선박에서 SOS 버튼을 직접 누르거나 거치대에서 송수신 안테나를 분리하면 SOS 신호 발신이 가능한 장치다.

2013년 12월 해경은 신속한 수색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선박의 기울기를 감지해 60도 이상 기울면 즉시 SOS 신호가 자동적으로 발신되는 기능을 더해 시범 운영했다.

이 같은 기술 도입으로 해경은 세계 최초로 개발·시행되는 제도라는 점을 인정받아 행정제도개선 대상(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선 조업 현장에서는 너울성 파도 등으로 인해 60도 이상 기우는 경우가 빈번해 사고가 나지 않았는데도 SOS 신호가 자동 발신되는 경우가 많자 해경은 불필요한 출동을 없애기 위해 2014년 5월 해당 기능을 없앴다.

현장 중심의 맞춤형 공공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는 정부 3.0 시행 원년을 맞아 행정기관에서 가장 잘 한 제도로 꼽은 ‘기울기 센서 기능’은 결국 시행 반년 만에 빛이 바랜 것이다.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 전복 사고 닷새째인 2015년9월9일 오후 크레인이 설치된 바지선(480t)이 돌고래호를 인양하는 모습을 실종자 가족이 지켜보고 있다. 2015.9.9/뉴스1 © News1 윤용민 기자

◇돌고래호 참사 1년째…어민 안전 구멍에도 ‘팔짱만’
2015년 9월5일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돌고래호(9.77톤) 전복 사고 당시 V-PASS 신호가 끊긴 건 오후 7시38분쯤이었다.

당시 해경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1시간 뒤인 오후 8시40분쯤 신고를 받은 뒤에야 구조에 나섰고, 기상 악화로 인해 이튿날 오전 6시25분쯤에야 전복된 돌고래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V-PASS 신호가 끊겼을 당시 곧바로 구조에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해경은 “해경안전센터에서 모든 선박의 V-PASS를 상시 모니터링할 수는 없다. SOS 신호를 수신했다면 즉시 필요한 조치를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SOS 버튼을 직접 누르거나 거치대에서 송수신 안테나를 분리해 해경에 사고를 인지시켜야만 구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급작스러운 사고 발생 시 SOS 버튼을 누를 겨를도 없는 경우를 고려할 때 V-PASS는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돌고래호 참사와 관련해 초기 대응 미흡으로 인한 질타가 쏟아지고 재난 대응 시스템 개선 요구가 제기됐지만 참사 후 1년이 흐른 시점에서도 별반 달라진 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오후 4시쯤 제주시 조천포구를 출항했다가 V-PASS 위치 신호가 끊겼는데도 8시간 동안 방치된 W호(2.99톤) 선장 안모씨(59)의 실종사고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W호의 V-PASS 신호가 끊긴 건 26일 오후 7시48분이었으나 해경이 안씨의 아내를 신고를 받고 구조에 나선 건 8시간 뒤인 27일 새벽 3시50분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혀 개선된 게 없다는 지적(뉴스1 8월27일자 ‘돌고래호 참사 잊었나’…어선 신호 끊겨도 나몰라라 여전)에 대해 해경은 “모든 선박의 V-PASS를 상시 모니터링 할 수 없다”면서 “사고 당시 SOS 신호가 수신된 사실은 없었고 수신됐다면 즉시 필요한 조치를 했을 것”이라고 1년 전과 똑같은 답변을 보도자료를 통해 내놓았다.

V-PASS 신호가 끊겨도 곧바로 구조에 나설 수 없는 시스템적인 문제에 대해 설명하기 보단 해명에만 급급했으며, 오히려 2013년 1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SOS 수신을 통해 82건 214명을 구조했다면서 활용성이 높은 장비라고 치켜세웠다.

 

 

해양경찰이 어선종사자를 대상으로 어선위치발신장치인 V-PASS 작동법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다. 뉴스1DB © News1

◇기술력 부재에 예산 지원 뒷짐 ‘화 키울라’
기상악화 등 긴급 조난 상황 시 기울기를 통해 사고 여부를 판단하고 SOS 신호를 자동으로 보낼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해 보이지만 해경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2014년 11월부터 국민안전처 소속이 된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지면에 고정돼 있는 육상과 달리 해상에서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기울기 값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기울기만으로는 사고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범운영만 하고 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울기가 60~80도인 경우가 너무 빈번한데 측정값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물속에서는 통신이 안 되기 때문에 SOS 수신이 안 된다”며 “대응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공감하지만 사실상 현재로선 기술적으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신호가 소멸됐을 때도 일일이 확인하려면 인력·장비가 100배 이상 있어야 한다”며 “긴급한 상황에서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현재 V-PASS 기능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모니터상에 V-PASS 신호가 꺼지는 경우가 많은 점에 대해서는 “해상에서도 통신이 터지지 않는 부분이 있고 실수로 누르는 경우들도 있다”며 “특히 단말기가 고장 난 채로 운항을 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신호가 꺼지는 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설치 후 1년간은 무상 유지보수가 가능하지만 이후에는 유지보수비를 어민 스스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고장 난 V-PASS를 부착한 채로 운항하는 선박이 많다는 것이다.

어선의 안전 운행을 위해 해경은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기획재정부에 V-PASS 단말기 유지보수 예산을 요구했지만 “유지·보수는 수익자인 선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해경은 6만6000척에 V-PASS 보급이 완료될 경우 연간 17억원가량의 유지보수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어민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예산 확보는 요원하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조직을 해체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아 국민안전처를 신설해놓고 정작 사고가 발생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수익자 부담의 원칙’만 내거는 이해 못 할 대처로 어민들을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8월27일 오전 9시10분쯤 제주시 조천읍 조천포구 앞 0.9㎞ 해상에서 연안복합어선 W호(2.99t)가 침몰된 채 발견돼 해경이 W호에 타있던 선장 안모씨(59)를 찾고 있다. 안씨는 26일 오후 4시 조업에 나섰다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제공) 2016.08.27/뉴스1 © News1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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