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임용우 기자 = "지금과 같은 동물복지 방식을 적용하면 국내 농가가 다 몰락할 수 있습니다. 현실성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인간이 생각하는 동물복지가 아닌, 좀 더 동물을 위해야 합니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28일 아세아태평양 축산학회 학술대회(AAAP) 개최 소회를 묻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동물복지가 인간이 잣대가 아닌 동물 입장에서 좀 더 세밀하게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축산업에서의 동물복지 논의는 가축을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동물복지가 가장 먼저 대두된 유럽에서조차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대표적인 예로 돼지 임신틀을 꼽았다. 임신틀은 돼지를 수정 후 분만까지 100일간 가두는 공간을 말한다. 돼지를 폭이 60㎝ 가량에 불과한 밀폐된 공간에 가둬 동물학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임신틀은 돼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돼지는 낯선 개체를 보면 투쟁을 통해 서열을 정한다. 임신한 어미돼지를 모아두면 투쟁으로 태아를 유산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동물학대로 지적되는 임신틀을 없앨 경우, 되려 사망이라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유럽에서 동물복지가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데모농장만 가기 때문"이라며 "유럽에서 임신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92% 임신돈이 임신틀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덴마크에서는 2013년부터 임신한 돼지는 4주까지만 임신틀에 넣어두도록 법이 제정됐지만 일선 농가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2030년부터 임신돈을 6주까지 임신틀에 두는 법안이 시행되는 것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의 입장이 아닌 사람 생각만으로 돼지 임신틀 사용 기간 100일에서 6주로 줄일 경우 서열싸움에서 밀려난 돼지가 생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신틀 기간을 유지하되, 동물이 안락한 환경에서 사육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동물복지는 축산 농가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현행 동물복지 방식이 국내에서 진행되면 사육개체가 줄며 축산업이 붕괴될까 우려된다"며 "한 번 붕괴되면 돌이키기 어렵다. 영국은 동물복지 시행 이후 1997년 80만4000마리이던 모돈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동물복지 시행 이후 영국은 양돈 농가가 크게 줄며 사료제조사 등 관련 업종도 모두 붕괴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영국은 돼지고기 소비량의 65%를 덴마크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며 "동물복지를 적용해 생산된 고기는 가격이 비싸 되려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며, 판매량이 저조한 경우도 많다. 무리한 동물복지가 도입돼 양돈농가가 줄어 국내 돼지고기 자급률이 현재보다 절반 수준인 35%까지 떨어지면 축산업은 몰락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적 동물복지 규범 도입에 대해서는 "모든 나라가 수입과 생산이 달라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축산 분야 아시아 최대 국제학술대회인 AAAP가 지난 23~26일 제주도 일원에서 열렸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19개국이 참여하는 AAAP는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축산업의 미래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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